매일신문

'아동학대 예방의 날' 19주년… 아동학대 줄었지만, 상담원 복지는 인색

연봉 책정 최저임금 수준도 안돼, 직급에 따른 편성 어려워
평균 근무연수 2년 6개월… 직원들 폭언, 협박에 외상후장애 겪기도

경북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지역 아동들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홍보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경북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지역 아동들을 대상으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홍보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세계아동학대예방의날'(11월 19일) 지정 19년째를 맞으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크게 높아졌지만 학대 아동들을 돕는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들의 고통은 외면받고 있다.

경북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경북 내 아동 44만2천912명 중 2천350명이 학대를 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아동들을 위해 경북에서는 동부, 서부, 남부, 북부 등 모두 4곳의 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경북 북부지역은 다른 3개 권역보다 아동수가 4만~10만 명이 더 적지만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더 많이 접수되고 있다. 경북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이 지역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활동과 상담을 통해 신고율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간 400~800명의 아동학대 피해자를 구제하고 홍보활동을 펼치는데 배정된 직원은 권역별로 15~20명 내외에 불과하다.

경북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의 경우 보건복지부와 경북도에서 50%씩 매칭해 지원하는 예산은 17명 정원에 직원 1명당 2천973만원씩 일괄 책정돼 있지만, 4대 보험과 퇴직금 포함 금액으로 실제 급여는 2천500만원 정도로 최저임금도 안 되는 월급을 받고 있다.

이 예산으로 임금을 지급하면 관장이 3천9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말단 하위직은 900만원 밖에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경북도는 2명의 일자리 인력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부족한 인건비 책정 탓에 해마다 임금인상률도 동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가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세종시에 있는 기획재정부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가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세종시에 있는 기획재정부 앞에서 1인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인건비, 운영비, 사업비 등 아동학대예방사업에 사용하는 예산도 보건복지부 예산이 아닌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지원을 받다 보니 항상 부족하다.

아동학대 가해자들로부터 이뤄지는 폭언, 협박, 폭행에도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들은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아동학대 의심가정을 방문해 조사할 때는 경찰 등 사법기관과 함께할 수 있지만, 아동학대 관리 가정으로 지정된 후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직원들이 직접 가해자와 피해자를 만나 상담과 치료를 시행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강제할 방안이 없어 거부하는 가정에 대해서는 개입이 어렵고 화풀이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직원들의 근무연수는 2년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있으며 극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호소하며 퇴사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임윤령 경북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은 "부족한 월급 속에서 직원들은 사명감으로 아동학대 가해자들과 지인에게서 듣는 욕설을 참아내며 일하고 있다"며 "우리 직원들의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공정성을 담보한 일을 하는 만큼 직원들의 처우를 보장해 주고 정신적 스트레스도 보호해주고 관리해줄 수 있는 근무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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