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학, 포기하지 마세요.'..교육 현장에선 수학 흥미 높이려는 시도 중

성화여고의 팀 매쓰 챌린지 등 수학 축제 개최, 함께 즐기는 수학으로
대구시교육청도 체험 중심 수학 페스티벌 운영, 상담 가이드북 제작도

수포자. '수학을 포기한 자'를 줄인 말이다. 초등학교 때도 심심치 않게 보이다 상급 학교로 갈수록 그 숫자가 는다. 공부를 곧잘 하는 학생 가운데서도 이런 경우가 나온다. 수학에 발목이 잡혀 원하던 대학, 학과에 진학하지 못하니 수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이가 갈릴 만'하다. 교육 현장에선 이같은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학생들이 수학과 가까워지게 하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수학, 함께 즐기면 더 재미있다

수학 교사 등은 수학이 어렵고 지루하기만 한 과목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그 얘기가 쉽게 와닿지 않는 것도 사실. 이번 수능시험에서도 수학이 어려웠다. 이 때문에 대학입시에서 수학이 가장 큰 변수일 것이라고 한다. 중요한 과목인 만큼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대구 성화여고에서 최근 진행된
대구 성화여고에서 최근 진행된 '2019 제1회 성화 팀 매쓰 챌린지(S-TMC)' 행사 모습. 수학 게임을 통해 수학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높여주려는 게 행사 기획 의도다. 성화여고 제공

16일 대구 성화여고(교장 이재원) 강당인 서봉관에서는 수학 게임 대회가 열렸다. '2019 제1회 성화 팀 매쓰 챌린지(S-TMC)'라 이름 붙인 행사. 학생들이 팀을 이뤄 참가하고, 수학이 영어로 '매스매틱스(mathematics)'라는 점에서 따온 이름이다.

성화여고 수학과 교사들이 이 행사를 주관한 것은 학생들에게 수학적 사고력과 호기심을 키워주기 위해서였다. 행사에 참가한 학생은 60여명. 성화여고 인근 경명여중, 대구일중, 성화중 등에 다니는 학생들이었다.

행사는 총 3개 라운드로 구성됐다. 1라운드는 '가로 세로 퍼즐 맞추기 게임', 2라운드는 '셔틀 게임'이었다. 3라운드는 '릴레이 게임'. 이는 팀원이 릴레이 형식으로 뛰어다니며 창의력이 요구되는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이었다.

1학년 최정빈 학생 등 성화여고 학생들은 감독관 자격으로 중학생 동생들에게 라운드별 규칙을 알기 쉽게 설명했다. 게임에 참여한 경명여중 3학년 박서연, 권나영 학생은 "문제를 함께 풀면서 친구들과 더 친해진 느낌이 들었다"며 "신선하고 창의적인 문제들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대구 상원중(교장 김택식)은 지난 11일 전교생을 대상으로 '창의 쑥쑥 수학 페스티벌'을 열었다. 수학적 사고를 유도하는 체험 중심 축제가 행사의 목표. 문제로만 느꼈던 수학이 직접 손에 만져지고 보이는 것이라는 걸 알게 해주려고 기획했다.

'라틴방진(n x n 행렬 칸에 n개의 서로 다른 색이나 모양을 행과 열에 서로 겹치지 않게 배열하는 것)' 컵받침 만들기, 스트링 아트(직선만을 사용해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드는 예술) 만들기 등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학생들은 협력해 도안을 설계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배필임 상원중 교사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집중력을 갖고 체험 행사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특별한 날이 아니라 평소 수학 수업에서도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고 즐겁게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 중심 수업을 더 많이 계획하고 준비해야겠다"고 했다.

대구 동곡초교가 지난 여름방학 실시한
대구 동곡초교가 지난 여름방학 실시한 '수학 나눔 캠프' 활동 모습. 놀이 중심으로 수학을 접해볼 수 있게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동곡초교 제공

대구 동곡초교(교장 배영서)는 지난 여름방학 때 수학에 관심과 흥미를 가진 학생 19명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수학 나눔 캠프'를 운영했다. 초등학생인 만큼 놀이 중심으로 운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학생들은 훌라후프 빙고 놀이, 카프라(나무나 종이 조각 쌓기 활동) 등 수학 놀이를 즐겼다.

◆교육 당국, 페스티벌과 가이드북 등 다양한 시도

학교 현장에서만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는 건 아니다. 교육 당국 또한 학생들이 수학에 흥미를 느끼게 하려는 방법을 계속 찾는 중이다. 축제 형식을 가미한 행사로 수학을 쉽게 접하도록 유도하는 한편 각종 사례를 담은 책자를 배포, 수학 공부를 지원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교육감 강은희) 은 '대구 수학 페스티벌'을 꾸준히 열고 있다. 이달 초 열린 행사는 11회째. 대구중등수학교육연구회가 행사를 운영한다. 학생, 교직원, 학부모, 시민들이 수학 원리를 보고, 만지고, 느끼고, 즐기고, 토론하는 기회를 제공하려는 시도다.

11회 페스티벌의 주제는 '뉴튼(Newton), 오일러(Euler)와 함께하는 대구 수학 페스티벌'. 대구과학고에서 열린 행사에서 대구 학생들은 40여 개 수학 체험 코너를 직접 운영했다. 수학학습코칭, 뉴턴&오일러 만화전, 수학골든벨, 수학 교과 소논문 전시 및 발표회, 수학UCC 콘테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대구동부교육지원청이 제작해 배포한
'제11회 대구 수학 페스티벌'에 참가해 입상한 대구 수성고 학생들. 수성고 제공

대구 수성고(교장 최재홍)는 이 축제에 8개 팀이 참가해 모두 상을 받았다. 특히 수학 UCC 콘테스트에선 최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학생들끼리 수학 공부를 도와주는 '또래 학습 튜터링' 등이 효과를 봤다. 각자 맡은 모의고사 문제를 칠판 위에서 풀이해 보여주기 전 교사의 조언을 통해 문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도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이미경 수성고 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공부 노하우를 공유하도록 하면서 다양한 공부 방법을 터득하고 협력 학습의 중요성도 배운다"며 "학생들이 학습한 내용에 대해 칭찬하고 아쉬운 점을 챙겨주면서 학생들의 잠재력을 키워주는 게 교사의 역할"이라고 했다.

대구동부교육지원청이 제작해 배포한 '수학 자신감 회복 프로그램 운영 가이드북'.

수학은 어떻게 가르치느냐도 중요하다. 대구동부교육지원청(교육장 박영애)이 주목한 것도 이 부분. 지난 9월부터 교사들의 수학 학습과 관련된 상담, 지도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수학 자신감 회복 프로그램 운영 가이드북(초등·중등용)'을 개발해 지역 초, 중학교에 보급했다.

이 책자에는 학교 현장의 사례가 다양하게 담겼다. 지난 1학기 동안 동부교육지원청과 소속 초, 중학교에서 실시한 '동부 수학 자신감 회복 프로그램'의 주요 상담 내용과 지도 결과 등이 그것이다. 수학 학습 때문에 고민하는 학생, 학부모와 맞춤형으로 상담하는 데 도움을 주려는 의도다.

'2019 동부 수학 자신감 회복 프로그램'은 초교 3학년~중학교 3학년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개인별 맞춤형 상담을 통해 수학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주고 학업 성취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려고 기획된 과정. 지난 1학기 총 584건(초교 316건, 중학교 268건)의 상담을 실시해 상담 받은 인원의 96%이상이 수학 학습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했다.

동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교사들의 상담 역량을 강화하려고 가이드북을 제작했다"며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하고, 수학 사고력 향상과 창의력 신장 등에까지 도움을 줄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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