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재태의 세상속의 종소리] 늑대와 두루미

경북대 의대교수

그리스의 이솝 우화에 늑대와 두루미 이야기가 있다. 욕심 많은 늑대가 게걸스럽게 먹다가 목구멍에 뼛조각이 걸렸다. 뱉어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통증만 심해질 뿐이었다. 늑대는 두루미를 찾아간다. '너는 긴 목을 나의 목구멍에 넣을 수 있으니 뼛조각을 꺼내다오. 그 은혜는 크게 보상하겠다.' 두루미는 음흉한 늑대의 목구멍 속에 머리를 넣는 것이 싫었다. 그러나 그가 괴로워하는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다. 두루미가 뼈를 꺼내주자, 늑대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뒤돌아보지도 않고 나가버린다. 두루미는 약속을 지키라고 한다. 늑대는 으르렁거리며 소리쳤다. '너는 이미 큰 보상을 받았어. 내가 꽉 물지 않아서 너는 안전하게 머리를 꺼낼 수 있었던 거야!'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 주었더니, 떠내려간 망건 값을 물어내라 한다는 우리 속담의 뜻과 같다.

경북대 의대교수

1872년 제작된 영국의 은제 티벨에는 늑대와 두루미 우화가 조각되어 있다. 나른한 오후에 달콤한 차 한잔을 하며 우화가 주는 교훈을 생각하라는 뜻일 것이다. 늑대와 두루미 종을 보며 쿠르드를 생각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시리아 동북부 주둔 미군 철수를 강행하였다. 이곳 쿠르드족은 극단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 미군을 도우며 큰 희생을 치렀다. 미군의 보호가 사라지자 터키와 시리아 등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쿠르드족 연합국가 건국을 우려한 터키가 즉각 군대를 보내 이들을 학살하고 있다. 트럼프의 '배신'에 세계가 분노하고 있다. 쿠르드 속담에 "친구가 아니라 산을 벗하라"고 했다. 세상에 영원한 친구는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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