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치하의 독일 국민은 항상 불안에 떨었다. 감시의 눈을 번득이는 비밀경찰 게슈타포에 언제 체포·구금될지 몰랐다. 하지만 그 감시망의 구축은 게슈타포 정규 인력만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나치즘을 전공한 미시시피 주립대학의 로버트 젤라틀리 교수에 따르면 1939년 게슈타포의 전체 인원은 독일 전체로 7천 명밖에 안 됐다.
이 정도의 인원으로는 독일 국민 모두를 감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게슈타포는 엄청나게 잘 돌아갔다. 바로 일반 국민의 끊임없는 제보와 밀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치의 감시 체제를 떠받친 기둥은 일반 국민이었던 것이다.
구 동독도 다르지 않았다. 동독의 보안기관 슈타지(Stasi·국가안전보위성)의 규모는 매머드급이었다. 동독이 붕괴하기 직전인 1990년 10월 31일 현재 정규 요원은 9만1천 명이었다. 이는 국민 180명당 1명으로 세계 최대였다. 절대 규모에서 세계 최대 정보기관인 소련의 '카게베'(KGB·국가보안위원회)는 600명당 1명이었다.
이보다 더 무서운 존재는 일반 국민인 '비공식 요원'이었다. 동독 주민 10명당 1명이 이들이었으며, 가장 많을 때는 17만4천200명에 달했다. 그중에는 11살짜리도 있었다. 슈타지는 이들을 사회 곳곳에 심어 놓은 목적을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훌륭한 비공식 요원이 있으면 우리는 풀이 자라는 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이든 다 알아야 한다."('슈타지: 그들의 정체는 무엇이었나?' 통일연구원)
'조국 사태' 와중에 제대로 망가졌다는 비아냥을 듣는 유시민 씨가 또 망가지는 소리를 했다. 16일 대구에서 한 강연에서 "조국 사태를 통해 우리는 언제든 구속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언제든 구속될 수 있으려면 우리 검찰이 게슈타포나 슈타지 정도 밀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지금 검찰이 그런가?
더 못 참겠는 것은 유 씨가 죄를 짓지 않고 살아가는 대다수 국민을 범죄자로 몬다는 점이다. 언제든 구속될 수 있으려면 그런 죄가 있어야 한다. 조국 일가는 죄를 지은 것은 물론 증거를 인멸하려 했기 때문에 구속됐다. 유 씨의 '우리'가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국민' 대다수는 구속을 걱정하지 않는다.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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