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포항지진특별법 제정에 여야 한마음으로

호랑이보다 무서운 정치가 안되길

이상원 경북부 기자
이상원 경북부 기자

중국 제나라 때 일이다. 공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을 지나고 있는데 한 여인이 묘 앞에서 슬피 울고 있었다. 궁금해진 공자가 제자에게 무슨 사연인지 알아보라고 시켰다.

제자는 여인에게 다가가 "무슨 일로 슬피 울고 있냐"고 물었다.

여인은 "시아버지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고 남편도 호랑이에게 물려죽었는데 이번에는 아들까지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다"고 슬퍼했다.

이를 들은 공자는 "시아버지와 남편, 자식이 호랑이에게 물려 죽었는데도 왜 이 곳을 떠나지 않냐"고 물었다.

여인은 "가혹한 정치를 피해 돌아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공자는 제자들에게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가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는 역설적인 고사다. 그 만큼 우리 삶에 있어서 정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막중하다는 반증이다.

포항의 상황도 그렇다. 2017년 11월 15일 발생한 사상 최대 규모의 5.4 지진으로 인해 포항시민들은 엄청난 고통에 시달리고 있지만 시민을 안고 보듬어야 할 정치는 실종 상태다.

지진피해를 입은 포항을 재건하기 위한 포항지진특별법이 지난 4월 발의됐지만 겨울로 접어든 지금까지 하세월이다. 중앙 정치에서 지역은 안중에도 없다는 것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서로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오로지 상처입은 포항시민이 치유될 수 있는 방안만 생각하면 된다.

정부도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으로 드러난 만큼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특별법 제정에 힘을 보태야 한다.

아직도 수백 명의 이재민이 체육관 텐트와 컨테이너 시설에 살고 있으며, 지역경제가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포항의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가닥 희망을 품었던 18일 열린 법안소위도 결국 '보상'이냐 '지원'이냐를 놓고 여야가 신경전을 벌임으로써 무산되고 말았다. 포항시민들은 21일 열리는 소위에 또 다시 실낱같은 희망을 가질 수밖에 없는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진 이재민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우리가 대단한 것을 원하는 겁니까? 예전의 삶터에서 오순도순 살아가는 거 말고는 더 바랄 것도 없습니다."

잃어 본 사람만이 심정을 이해한다고 했던가. 포항시민들은 지진으로 잃어 보았으며 아파보았다. 소위 말하는 중앙이라는 서울(수도권 포함)은 얼마나 잃어 보았는가?

원전만해도 그렇다. 서울특별시민들은 지역민들이 고통 속에 쏘아올린 원전의 전기를 받아 쓰고, 자신들이 버린 쓰레기도 지역에서 처리해준다. 서울이 지진에 당했다면, 한강에 원전을 세운다면 서울특별시민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참으로 궁금해진다.

포항시는 이처럼 포항의 아픔을 전하기 위해 서울에서 지진피해 사진전도 열고 포럼도 여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특별법 제정의 손길을 내밀었지만 겨울 찬바람처럼 냉랭하기만 하다.

재난에 여야가 따로일 수 없다. 정치권과 정부는 더 이상 직무유기를 하지 말고 즉답을 할 때다.

"포항시민 여러분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습니까? 참으로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제 저희들이 해결하겠습니다"고 여야가 용서를 빌며 포항지진특별법을 즉각 제정해야 한다.

그래야 구케의원이라는 비아냥을 듣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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