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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필자는 '동화'를 좋아한다. 다른 문학 장르를 읽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지칠 때면 이런 장르의 책을 찾게 된다. 마음에 구멍이 나서 힘이 빠져버린 것 같을 때 동화를 읽게 되면 구멍 난 곳은 책 속의 단어와 문장으로 조금씩 메워진다. 그리고 풍부한 상상력도 얻게 된다.

왜 동화를 좋아하게 되었을까? 첫 번째 이유는 이런 장르가 가진 어법의 특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동화에서는 그 어법이 매우 조심스럽다. 하고자 하는 말을 직접적으로 하지 않고 돌려 말하거나 비유를 들어 설명할 때가 많다. 두 번 째로, 순수한 감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 같다. 마음이 편치 않을 때에도 이러한 책을 읽는 것은 마음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한 장 한 장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어느새 좋지 않은 기분은 잊어버리게 되고 어느새 책이 주는 감동에 촉촉하게 젖어든다.

필자가 근래 열심히 읽고 있는 책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고 필자 역시 좋아하는 '어린 왕자'라는 책이다. 내년에 뮤지컬 작품으로 제작할 계획이 있어 오랜만에 다시 책을 꺼내 읽게 되었다. 이 작품은 읽을 때 마다 새로움을 주기 때문에 몇 번이고 다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이야기들을 한다. 이번에 다시 꺼내 읽어보며 그 이야기에 공감하게 되었다. 전에 읽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느껴졌다.

예전에는 책을 읽으며 현실에서 벗어나려 했다면 지금은 책을 읽으면서 잊고 지냈던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되었다. 현실에선 쉽사리 발견할 수 없었던 나 자신을. 들키고 싶지 않아 상자 속에 꽁꽁 감춰 두었던 내면의 감정들이 물 밀 듯 밀려와서 마음이 울렁거린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작품 속에서 '나'라는 인물이 '어린 왕자'에게 한 말이다. 어린 왕자에게 장미꽃이 이 세상에서 오직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인 이유를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왕자가 장미꽃을 위해 정성을 쏟고 시간을 사용했기 때문에 장미가 소중한 존재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필자는 정성과 시간을 들여 길들인 것에는 마음이 함께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흔히 마음은 감정이나 생각, 기억 따위가 깃들이거나 생겨나는 곳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곳'이란 단어가 쓰인다는 것은, 마음은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모두들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는 마음이라는 것이 필시 어딘가에는 존재한다고 믿고 있는 것이다. 책을 읽다가 감춰두었던 그 마음이 생각이 난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중요하고 소중하게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현실 속에선 눈에 보이는 당장 중요한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이 현실로부터 멀어져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고, 나의 마음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그럴 때 내가 진짜 중요하고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구지영 지오뮤직 대표,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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