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박2일'이 시즌4로 돌아온다. 새로운 PD와 새로운 출연진들이 진용을 갖췄다. 정준영 논란에 김준호, 차태현 내기 골프 보도까지 나오면서 무기한 중단되었던 '1박2일'. 과연 시즌4는 부활할 수 있을까.
◆'1박2일 4'가 익숙함을 선택한 까닭
KBS '1박2일'이 오는 12월 8일 시즌4 첫 방송을 시작한다. 지난 10월 말 시즌4로 돌아온다고 공식발표가 나왔고, 그 후 누가 새로운 출연자가 될 것인가에 대한 추측들이 쏟아져 나왔다. 결과적으로 '1박2일 4'는 김종민만 남기고 모든 출연자를 교체했다.
지금껏 예능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연정훈에, 최근 '맛있는 녀석들'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문세윤,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2'와 '유령을 잡아라'로 호감도를 높여온 김선호, 래퍼지만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더 많은 딘딘과, 막내로 가수이자 음악감독인 라비가 합류했다.
티저로 나온 영상을 보면 아직까지 이들이 어떤 이야기를 펼쳐나갈지 종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며, 자신은 구멍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티저 영상 속에서 이들의 색다른 조합이 만들어낼 케미는 분명 기대되는 면이 있다.
기대감과 함께 남는 우려도 적지 않다. 편성시간대를 늘 방영했던 일요일 저녁으로 잡았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듯 '1박2일 4'에 대한 가장 큰 우려는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2007년부터 방영한 '1박2일'은 햇수로 벌써 12년이 훌쩍 지난 장수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들은 대부분 이 프로그램의 패턴을 알고 있다. 여행과 복불복의 적절한 조합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인데, 여행이 소재적으로 익숙해지자 점점 복불복 게임에 집착하는 양상을 띠었다. 그래서 '1박2일'은 출연진을 교체하며 시즌을 거듭해왔다. 나영석 PD가 했던 최고의 출연진 조합 이후, 게임화되어가는 '1박2일'에 그나마 새로움을 더했던 건 '1박2일' 시즌2와 시즌3에서 유호진 PD가 합류했을 때 정도였다. 나머지는 대부분 익숙한 패턴을 반복했던 것.
'1박2일 4'는 결국 전 시즌들이 그랬던 것처럼 초반에는 새로운 출연자들의 캐릭터를 소비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새로움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런 새로운 캐릭터가 새로운 여행 형식이나 이야기 틀을 더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변별력을 찾기 어렵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왜 '1박2일 4'는 새로움이 아닌 익숙함을 택했을까. 그건 여전히 KBS라는 채널에 맞게 고정 시청층이 존재한다는 점 때문이다. 새로운 시청층을 유입시키기보다는 고정층을 만족시키는 것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는 걸 '1박2일 4'의 선택은 보여주고 있다.
◆복병은 비슷한 여행 예능이 너무 많다는 것
일요일 저녁 그다지 뜨거운(?) 프로그램이 없다는 사실은 '1박2일 4'의 선택에 안도감을 준다. 하지만 무작정 안도하기에는 외부 환경들이 많이도 변했다.
가장 큰 복병은 KBS를 떠난 '1박2일' 출신 PD들이 바깥에서 유사한 프로그램들을 계속 만들고 있고 또 만들어질 거라는 점이다. 물론 원조논쟁을 벌일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나은 여행 예능의 다양함을 보여주고 있는 나영석 사단은 '1박2일 4'가 옛날 프로그램 같은 이미지를 갖게 만드는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나영석 PD는 '1박2일'을 정점에 올려놓고 tvN으로 옮겨와 다양한 여행 예능 실험을 했다. 국내에만 국한되는 한계를 넘어 해외 여행으로 소재를 확대했고, 출연진도 어르신들부터 여성, 젊은 세대들까지 넓혔다. 그냥 지나가는 여행이 아닌 정착형 여행을 시도했고, 창업 소재까지 더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의 외국인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지점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특히 최근 방영하는 '신서유기7'은 국내 복고 콘셉트로 만들어 '1박2일' 전성기 시절의 풍경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해외와 국내를 자유롭게 오가고, 다양한 여행 콘셉트를 더해 각이 세워진 나영석 사단의 예능들은 그래서 '1박2일 4'의 그 익숙한 세계에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1박2일 3'에 합류했다 MBN으로 이적한 유일용PD의 '자연스럽게'도 '1박2일'의 유전자가 섞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지방의 점점 비어가는 집들을 찾아가 그 곳에서 정착해 살며 지내는 모습을 담는 방식이다. '1박2일'보다는 나영석 사단이 만들었던 '삼시세끼'에 더 가깝기도 하지만, 김종민과 은지원이 고정으로 출연하고 최근 김준호까지 이 프로그램에 들락거리는 건 어딘지 '1박2일'의 그림을 떠올리게 만든다.
다른 콘셉트라고 해도 이렇게 유사한 프로그램들이 많아졌고, 어떤 면에서는 더욱 다양한 새로움도 시도되고 있음은 새로 시작하는 '1박2일 4'에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1박2일 4'에 남은 가능성은 뭘까
이런 부담감들을 갖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박2일 4'가 가진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것은 점점 이탈하고 있다고는 해도 그래서 더 끈끈해진 남은 고정 시청층들을 이 프로그램이 확실하게 집어낼 수 있을 거라는 가능성이다.
워낙 브랜드 가치가 높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기본 이상은 무조건 할 수 있는 게 사실이다. 그 기반 위에 매회 지금 시대에 맞는 이슈들을 더해 색다른 스토리텔링을 한다면 고정층을 기반으로 신규 유입까지 가능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예능 트렌드 중 뉴트로 같은 복고 콘셉트가 유행한다는 건 '1박2일 4'가 제대로 스타일만 갖춘다면 의외로 힙한 예능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걸 말해준다. 여기서 전제되는 건 뉴트로가 갖고 있는 것처럼 과거의 어떤 것을 가져오되 현재 시점에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지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탑골공원' 같은 뉴트로의 열풍은 과거 그 자체보다는 그것을 현재에 어떻게 소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최근 예능 주요 트렌드가 된 관찰카메라가 재미보다는 의미에 집중하자 그 반작용으로 웃음에 더 초점을 둔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갈증이 커지는 것도 '1박2일 4'로서는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웃음의 강도를 확실히 높여 일요일 밤 제대로 웃게 해줄 수 있다면 집 나간 시청자들도 돌아오지 않을까.
새로 시작하는 '1박2일 4'는 우려를 어떻게 기대감으로 바꿀 것인가에 관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앞선 시즌의 익숙함 위에 어떻게 새로움을 더할 것인가. 충분한 웃음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의미까지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1박2일 4'의 부활 여부는 이런 질문들에 제대로된 답을 내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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