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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공연장 특화의 미션

채명 무용평론가

채명 무용평론가
채명 무용평론가

대구에서 공연을 보러 다녀보면, 공연장 마다 각기 다른 특색들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예술 장르마다 선호되는 극장이 있고, 예술가들마다 애호하는 공연장이 다르다. 극장의 시설, 규모, 교통, 관계자들의 전문성, 분위기 등 여러 요인이 그 선택의 변수가 될 것이다. 요즘 교통편의 편리함도 기획자들의 선택기준에 매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는 과연 얼마나 많은 공연장이 있을까?

대구를 대표하는 큰 공연장을 살펴보자.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콘서트하우스,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학생문화센터 등은 천 석이 넘는다. 경북대, 계명대, 영남대 등 대학 공연장은 2천석에 가까운 대형이다. 그 보다 큰 규모의 엑스코오디토리움과 같은 초대형극장은 인기 있는 대중가수 공연이나 유명인사 강연회 장소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리고 각 구 단위마다 대형 회관을 가지고 있다. 아양아트센터, 웃는얼굴아트센터, 대덕문화센터, 어울아트센터, 봉산문화회관, 수성아트피아 등은 중대형의 훌륭한 공연장이다. 이 밖에도 중극장 정도의 공연장도 적지 않고, 종교단체의 극장들, 대형극장의 부대시설인 소극장과 요즘 유행하는 하우스콘서트를 지향하는 아담한 소극장들이 대거 생겨나면서 공연장은 어림잡아 봐도 백 개는 족히 넘어 보인다.

이렇게 공연장이 많아진다는 것은 그 수요가 그 만큼 증가하였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제 억지로 술 권하는 사회 분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송년회도 공연을 즐기고, 공연 관람 후일담을 나누거나 간단히 차를 한 잔하기도 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는 문화 풍속의 변화도 일조를 하는 듯하다.

각양각색의 공연장들은 그 특색에 따라 공연되어지는 장르가 있다. 대구콘서트하우스는 음악전용극장으로 애초 음향시설에 특히 신경을 썼고, 대구오페라하우스도 오페라와 음악 공연 위주로 이용되는 극장이다. 또 대명동 소극장거리와 동성로에 위치한 소극장들은 연극전용극장이고, 뮤지컬은 대부분 대형작품이라 대극장 사용이 보편적이다.

그러면 공연예술 중 무용공연은 주로 어디서 이뤄질까? 전용극장은 없고, 무용가 각자 선호도에 따라, 또 작품의 크기에 따라 여러 극장을 이용하고 있다. 젊은 안무가들이나 전통무용과 같이 작은 무대가 필요할 때도 작은 극장의 선호도가 없다. 얼핏 보면 선택 폭이 넓어 보여도, 무용 장르를 특별히 배려하는 극장이 없다는 뜻도 된다.

극장이 어느 한 예술장르에만 집중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한 장르를 특별히 배려하는 특화가 이뤄지길 소망해 본다. 일반 공연장이었던 대구시민회관이 음악전문 공연장 대구콘서트하우스로 특화한 방식을 모든 공연장에 적용하도록 미션을 가지자는 것이다. 꿈꾸기 시작하면 미래에는 반드시 이뤄진다. 채명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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