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점심시간에는 특별한 것이 있어요."
꼬르륵 배꼽시계가 울릴 쯤이면 학생들은 점심시간 종소리를 기다린다. 식욕이 왕성한 중·고등학생들에겐 점심 식사를 하는 것만큼 즐거운 게 없다. 그러나 경북 청송군 진보중·고등학교는 점심 이후의 시간을 더 고대한다. 특별한 공연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22일 오후 12시 40분. 점심식사를 마친 진보중·고 학생들이 본관 뒤편으로 몰려나왔다. 최근 연일 한파가 이어져 교실 밖 나들이조차 움츠렸던 학생들이지만 이날은 낮기온이 15℃까지 오르면서 공연하기 딱 좋은 날이었다.
학생들이 모여앉자 진보중 학생들의 버스킹 공연이 펼쳐졌다. 노래와 시낭송, 걸그룹댄스 등 학생들은 평소에 숨겨둔 끼를 발산했다. 중간중간 공연을 준비하는 동안 사회를 맡은 친구들은 관람하는 학생들과 게임을 하며 선물까지 나눠줬다.
객석에서 즉흥적으로 초대된 학생도 멋진 춤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학생들의 호응 역시 대단했다. 아이돌그룹의 '열성 팬덤' 못지않게 박수와 함성, 호응이 축제를 만들었다. 오후 1시 20분 점심시간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지만 학생들의 공연 열기가 식지 않자 교사들이 진화에 나서기까지 했다.
사회를 맡은 진보중 권지민(13) 양은 "학생들 모두가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을 기다릴 정도로 호응이 좋다"라며 "노래하는 학생이나 공연을 보며 즐기는 학생 모두가 웃음이 떠나지 않는 행복한 시간이다"고 말했다.
진보고 장은서(16) 양은 "언제든 내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좋았고, 다른 학교 친구들도 우리 학교의 버스킹 공연을 부러워하고 있다"고 했다.
학생들의 버스킹 공연은 이 학교에서 음악을 담당하는 조성희 교사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교과 스트레스를 떨치고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해 학생들, 다른 교사들과 의견을 나눴다.
그 결과, 이번 달부터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을 50분에 75분으로 늘리고 추가 시간을 학생들의 시간으로 만들자고 합의가 됐다. 처음 시작한 3주 동안은 고등학교 학생들의 악기 연주와 노래 등이 선보였는데 전교생과 교사 모두가 공연을 관람하며 뜨거운 호응을 보이자 중학생까지 용기를 내 공연을 준비하게 된 것이다.
남경숙 진보중·고등학교 홍보담당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함께 어우러져 공연을 즐기면서 사제 간에 마음을 주고받은 뜻 깊은 시간이 되고 있다"며 "공연 뿐 아니라 시화전, 체육행사 등 학생들이 원하는 다양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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