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성아트피아 이점찬 초대전 '달로부터'

이점찬 작
이점찬 작 '달로부터'

"한국의 미는 선(線), 중국의 미는 형(形), 일본의 미는 색(色)의 상징이다"는 말을 한 일본의 한 미술평론가는 조선의 도자기를 보고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태어난 것"이라고 극찬했다.

자연에 바탕을 두고 선의 미학을 발전시켜 온 한국적 미의 원류를 찾는다면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일 터. 이 중 특출한 자연미를 나타내는 건 조선백자 중에서도 둥근 달항아리라고 할 수 있다.

도예를 천직으로 삼아 백자, 특히 달항아리에 천착해 조형의 최소단위인 선과 면의 단순함과 그 안에서 느끼는 자연미와 감각을 통해 원형(圓形)의 아름다움을 추구해온 중견 도예작가 이점찬이 수성아트피아 호반갤러리에서 26일(화)부터 12월 1일(일)까지 초대전 '달로부터'전을 갖는다.

전통 기법으로 부드럽고 매끄러운 유선형의 달항아리를 빚어내고 있는 이점찬은 한국도예미술의 정체성을 "형태 없는 존재로서 단지 지나친 공백만 있을 뿐, 백색의 공간처럼 본래 형태가 드러나지 않는 유전적 DNA"라고 말한다.

그는 완성한 도자기 작품에 걸맞은 이미지를 직접 그림으로 새겨 넣는 작가이기도 하다. 그에게 도자기는 영혼의 풍경을 담아내는 또 다른 캔버스이다. 그 풍경은 이름 모를 야생의 풀 한 포기이거나 꽃 한송이, 혹은 나지막한 야산의 이미지로 등장한다. 또 그냥 달항아리에 금빛의 휘영청 둥근 달을 하나 그려 넣을 때도 있다. 하얀 달항아리에 수줍게 담겨있는 이 같은 자연물은 추상화된 회화로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한 회화성을 돋보이게 한다.

특히 금분 안료를 쓴 둥근 달의 장식은 화려할 수도 있지만 작가는 변하지 않는 금의 특성처럼 개인적으로 소중한 인연과 변치 않는 기억을 작품에 새기고자 할 뿐이라고 한다. 순백의 달항아리에 겹쳐진 황금빛 둥근달은 이번 전시 주제인 '달로부터'를 탄생하게 한 작품이기도 하다. 여기에 달항아리의 전체 백색은 자신을 낮추고 겸손을 드러나게 하는 색깔이 된다.

그가 그려낸 문양은 회화적 구성요소인 점'선'면과 동양화의 필요요소인 여백의 미와 공간감, 농담(濃淡)과 기운을 두루 담고 있다.

2차원의 평면에 그려진 그림이 아닌 그릇에 문양을 담은 것을 일반 회화와 다른 3차원의 문양화로 볼 수 있고, 또 여기에 백자의 표면에 유약을 발라 이로 인한 발색의 변화와 소성에 의한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 매력은 한층 더 돋보이기 마련이다.

이런 이유로 이점찬이 빚어낸 달항아리 또는 백자는 자연스러운 손놀림과 손끝에서 배어난 회화성이 어울려 작가의 심상을 반영해주는 독창적 예술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작가는 현재 대구미술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다.

문의 053)668-1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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