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기 미래 미리본다…中 '현대판 점쟁이' DNA검사 시장 급성장

크리스 정은 2017년 태어난 지 수개월 된 딸 살리바의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다. 딸에 대해 큰 기대를 갖고 있었던 그는 딸이 저명한 교수나 의사, 변호사가 될 수 있는 단서를 DNA 검사에서 찾고 싶어서다.

그러나 정의 계획은 DNA 분석 결과가 나온 후 바뀌었다. 검사 결과는 딸이 음악과 수학, 스포츠에 뛰어난 능력을 가졌지만, 세부사항을 기억하는 재능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정은 이후 딸이 커가면서 DNA 검사에서 드러난 재능을 계발하는데 적극적으로 지원했고 많은 것들을 기억해야 하는 일에서는 멀어지도록 했다.

이런 유전자 검사는 홍콩 최대 번화가인 침사추이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절반 이상의 고객은 자녀들을 영재로 만들고 싶어하는 중국 본토인들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20일 보도했다. 홍콩에서 아기의 DNA 검사 비용은 575달러 수준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DNA 검사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는 가운데 중국에서는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이 업체는 중국의 DNA 검사 시장 규모가 작년 4천100만달러에서 오는 2025년 3배로 성장한 1억3천5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판 점쟁이인 DNA 검사 업체들은 한결같이 신생아들의 DNA 검사를 통해 잠재 능력을 미리 발견하고 승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고 홍보한다. 이에 부모들은 이를 믿어 과학이라기보다는 점성술에 가까운 모습이다. 빅데이터연구소의 임원인 질 맥비언 옥스퍼드대 유전학자는 "어느 정도 확실하다고 말하는 그런 것들(DNA 검사)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는 중국 부모들의 아기 유전자 검사는 다른 병폐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중국의 허젠쿠이(賀建奎)는 지난해 11월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면역력이 있도록 유전자를 편집해 쌍둥이 여자아이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해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