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계절이 초겨울에 접어들었다. 겨울이 찾아왔을 때 큰 걱정거리 중 하나가 미세먼지다. 미세먼지 유발요인 중 중국 요인이 더 큰가 국내 요인이 더 큰가를 놓고 매년 논쟁이 벌이지곤 하는데 사실 북한 요인도 결코 적지 않은데 이는 종종 무시되곤 한다.
아주대 연구팀은 작년 수도권 초미세먼지 농도에서 북한의 영향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수도권의 초미세먼지 가운데 14.7%는 북한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했다. 북서풍이 많이 부는 1월엔 20%까지 올라간다고 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올 3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고농도 기간 북한에서도 미세먼지가 많이 내려왔다고 보고 있다. 평균으로는 13% 정도"라고 말했다. 아주대 연구팀과 수치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모든 산업이 낙후해 있고 에너지 사용량이 아주 적은 북한이 왜 이렇게 많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지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공기오염이 가장 심한 도시 10개 중 8, 9개를 1인당 GDP가 2천달러밖에 되지 않는 인도 도시들이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본다면 산업화나 에너지 사용량이 결정적 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북한의 에너지 사용량은 남한의 25분의 1 정도에 불과하지만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배출량은 각각 2.6배, 2.3배에 달한다고 한다. 북한은 청정에너지인 원자력발전은 아예 없고 수력발전은 수풍발전소를 제외하면 별로 비중이 크지 않으며 풍력발전을 강조하기는 하지만 대부분 초소형 풍력발전기이고 효율도 극히 떨어진다.
주로 화력발전에 의존하는데 거의 석탄을 이용한다. 가정용 난방은 대부분 석탄과 장작을 이용한다. 기업들도 오랫동안 좀비기업이었다가 최근에 적극 가동되고 있는 기업들이 많은데 오염 저감 문제를 신경 쓸 만한 여유는 아직 없다.
대북 제재가 지속되었을 때 북한이 취할 수 있는 경제전략 중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제재 대상이 아닌 관광산업 진흥전략이다. 현재 금강산-원산 지구, 백두산 지구에 대한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봐도 짐작할 수 있다.
또 하나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석탄의존형 개발전략이다. 북한의 최대 생산품이자 최대 수출품이 석탄이었는데 제재 때문에 석탄의 수출길이 막혀 있다. 그 석탄의 소비를 국내로 돌려 산업 발전을 촉진하는 전략이다. 석탄을 이용한 화력발전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추측되며 가정용 난방으로 석탄 사용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의 등장 이후 산림녹화를 강조하며 산림 도벌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가정용 석탄 사용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석탄화학산업이나 기타 석탄을 활용한 산업을 강조할 것으로 보이는데 북한의 경제 사정을 고려해 볼 때 당분간 오염 저감에 신경쓸 만한 처지는 아니다. 당분간 북한산 미세먼지가 증가할 요인만 있고 줄어들 요인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중국이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국가적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반대다. 북한도 중국과 비슷한 수준의 경제발전 단계에 올라선다면 미세먼지에 관심을 기울이겠지만 현 시점에서 북한에 미세먼지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 봐야 '뭔 쓸데없는 한가한 소리냐'며 핀잔만 줄 것이 분명하다.
중국은 바다 너머에라도 있지만 북한은 바로 붙어 있다. 특히 겨울에는 바람이 북에서 남으로 불어온다. 북한 경제가 발전하더라도 1인당 GDP 5천달러 정도 수준까지는 미세먼지가 늘어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이 문제는 북한을 윽박지른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애걸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미세먼지 저감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도를 못 박은 경제원조를 하게 되면 약간 개선되겠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낮은 조건에서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래저래 우린 앞으로 상당 기간 북한산 미세먼지를 마시며 살아야 할 신세로 보인다. 중국발 미세먼지가 개선되면 될수록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느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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