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지방 수험생 볼모로 잡는 철도 파업 즉각 중단해야

전국철도노동조합이 20일부터 파업에 들어가면서 이용객 불편이 커지고 있다. 이번 파업으로 KTX와 무궁화 등 열차 운행이 평소보다 20~30%가량 감소하면서 철도 이용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었다. 여객과 화물 운송이 완전히 멈춰선 것은 아니지만 노조가 무기한 파업을 선언한 데다 이번 주 수도권 주요 대학 논술·면접 시험을 앞둔 지방 수험생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등 파업 여파는 클 수밖에 없다.

철도노조와 한국철도공사는 19일 밤샘 협상으로 이어진 최종 교섭에서도 끝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결렬을 선언했다. 내년 4조 2교대 시행을 위한 4천 명 충원을 비롯해 KTX와 SRT 연내 통합, 임금 4% 인상 등 노조의 요구를 철도공사가 거부하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노조는 "공사와 정부가 철도 안전과 공공성 강화, 노동조건 개선을 약속하고도 지키지 않고 있다"면서 공사 경영진과 정부를 비난했다. 합의를 어겼으니 노조에는 파업 책임이 없다는 논리다. 노조 주장대로 철도의 안전은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틀린 말은 아니다. 공사와 정부가 철도 운영 시스템의 개선을 공언했다면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키는 게 옳다.

하지만 철도공사가 처한 경영 환경과 여건을 무시한 채 대규모 충원부터 내세우는 것은 누가 봐도 무리다. 이용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SRT를 없애고 KTX와 통합하라는 주장도 경쟁을 통한 경영 효율 제고보다는 노조 편한 대로 공사 경영을 끌고가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그렇지 않아도 부실한 관리 시스템과 높은 임금 체계가 심각한 경영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노조가 체질 개선을 외면하는 것은 비판을 자초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노조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입시철의 지방 수험생과 학부모, 열차 통근 직장인 등 국민 일상을 볼모로 한 것은 분명 잘못됐다. 지금이라도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아 현실적인 조건을 놓고 협의를 계속하되 파업 카드는 당장 거둬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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