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구철의 부의 비밀수학] 수학 방정식과 한국 정치

한국 정당과 정치인
해법은 커녕 미지수로 전락
천재 신인의 탄생을 기다리며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경기대 미디어학부 특임교수

수학을 배우면 초기 단계에서 방정식이란 것을 배우게 된다. 미지수에 특정한 값을 주어야 성립하는 등식인데, 이 미지수를 찾는 과정이 방정식의 풀이다. 방정식 풀이는 동서고금의 재사들이 재능을 겨루는 좋은 게임이었다. 2차 방정식 즉 χ²이 포함된 방정식을 푸는 공식은 일반적인 통념보다 꽤 일찍 알려졌다.

9세기 사라센 제국의 수학자 알-콰리즈미의 「복원과 대비의 계산」에 나온다. 당시 사라센 수도 바그다드에는 '지혜의집'(Bayt-al-Hikma)이라는, 통치자 칼리프가 후원하는 왕립연구소 겸 도서관이 있었다. '지혜의집'에서는 페르시아, 그리스, 이집트, 힌두, 시리아, 중국, 동로마 등 동서고금의 지혜를 집대성했는데, 알-콰리즈미는 그리스 수학과 과학책 번역 담당이었다.

3차, 4차 방정식 즉 χ³, χ⁴이 포함된 방정식의 해법은 훨씬 난해해서, 알-콰리즈미 이후 700년 동안 해법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서 르네상스 후기의 천재들은 상대를 괴롭히는 수단으로 3차, 4차 방정식을 자주 들이댔다. 마침내 르네상스도 저물어가는 16세기, 이탈리아의 카르다노가 「아르스 마그나」(위대한 기술)를 펴냄으로써 3차, 4차 방정식도 정복됐다. 다음 과제는 당연히 5차 방정식, 300년 동안 여러 천재들이 5차 방정식 근의 공식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마침내 1820년, 노르웨이의 천재 아벨이 6쪽짜리 간결하고 명쾌한 논문을 썼다. '5차 이상 방정식은 근의 공식이 없다.'

대한민국이 무척 어렵다. 북한 핵 문제는 답보 상태인데, 한미, 한일, 한중 관계 모두 불편하다. 경제성장률은 하향 수정을 반복하고, 일자리, 교육, 미세먼지 모두 쉽지 않다. 이럴 때 뭔가 역할을 해야 할 정치는 오히려 스스로가 또 하나의 미지수로 등장한다. 정당도 정치인도 모두. 따져보면 한국 정치는 단순한 1차 방정식, 미지수는 단 하나 '당리당략'뿐인데 왜 해법이 없을까? 한국 정치에도 아벨 같은 천재가 탄생해야만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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