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를 앓고있는 유환(6·가명)이는 시종일관 엄마 이지아(38·가명) 씨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입에 손가락을 집어넣는 행동을 반복했다. 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나이이지만 대화라고는 불가능했다. 입에서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과 비명만이 쏟아졌다. 엄마만이 유환이 말을 이해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가정폭력에 자폐증세
유환이는 지난 2017년 지적장애 2급 진단을 받았다. 지금은 장애인 어린이집을 다니고 있다. 언어능력과 사회성이 크게 떨어져 의사소통이 어렵다. 아직 두세살짜리 아이들이 하는 블록 조립도 혼자서 못할 만큼 인지 발달도 늦다.
평소 엄마를 제외한 타인과는 좀처럼 같이 있지 못하지만 그런 엄마에게도 자주 머리를 잡아당기거나 밀치는 등 폭력성을 드러낸다. 내년이면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하지만 도무지 상태가 나아지지 않아 입학을 연기했다.
지아 씨는 유환이가 자폐증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 불안한 양육환경 탓이라고 했다. 그는 "건강하게 태어났던 아이가 어느 순간 아무리 불러도 쳐다보지 않거나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계속 눈을 굴리는 행동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일정한 직업이 없었던 전 남편은 툭하면 폭언과 함께 주먹질과 발길질을 일삼았다. 유환이의 행동에 이상을 알아차린 지아 씨가 심리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전 남편은 "네가 그따위니 애도 이 모양"이라고 화만 냈다.
아들의 불안증세를 보다못한 지아 씨가 결국 이혼할 맘까지 먹었지만 남편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혼에 합의할 수 없다며 끝까지 아들의 친권을 주장했다. 지아 씨는 "아들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대로 해주기 싫었던 것 뿐"이라고 했다.
지아 씨는 결국 '2주에 한번 유환이를 보겠다'는 조건과 함께, 남편과 함께 사는 동안 생활비로 대출받았던 4천만원의 빚까지 고스란히 떠안기로 하고서야 2015년 겨우 갈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이혼과 함께 할머니 집에 맡겨졌던 유환이는 2년도 안 돼 엄마품으로 돌아왔다. 지아 씨는 "전 남편이 어느날 갑자기 연락이 와 '새 출발을 해야 하니 지금 아이를 데려가지 않으면 고아원에 맡겨버리겠다'고 하더라"며 "아들 치료가 절실하다고 그렇게 당부했는데 결국 시댁에서는 치료는커녕 애를 방치하다시피 했다"고 한탄했다.
◆ 한 달 생활비 60만 원도 안돼, 치료는 꿈도 못 꿔
현재 지아 씨는 일주일에 한 두 번 식당에 나가 5~6시간을 일하고 일당 4만 원과 반찬을 받아온다. 유환이가 엄마를 계속 찾는 탓에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질수가 없다. 더구나 지아 씨는 기초생활수급자 대상이 아닌데다 부양 의무자인 전 남편의 소득까지 있어 유환이 의료급여조차 지원받기 어렵다.
지아 씨는 한달 60만원 남짓한 돈으로 유환이와 함께 생활한다. 식당 아르바이트로 번 돈과 한부모가정 수당, 장애수당 등을 다 합친 금액이다. 지아 씨의 부모님 역시 오랫동안 지병을 앓고 있어 도움받기도 힘들다.
유환이를 되찾아온 지아 씨는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지적장애 진단을 받았지만, 생활고 탓에 제대로 된 치료를 못해주는 게 가슴아프다. 복지관에서 주 1회 받는 언어치료는 1회 8천 원 수준으로 저렴하지만 매번 집에서 나드리콜을 타고 1시간을 가야 할 만큼 거리가 멀다. 이마저도 2년 넘게 기다린 끝에 겨우 기회가 돌아온 것이다. 주 1회 운동치료로 받고 있지만 1회당 4만원 넘는 비용이 부담스러워 다른 치료는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지아 씨는 "결국 아들이 이렇게 된 것은 다 내 책임"이라며 "좀 더 좋은 부모를 만나 좋은 환경에서 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매일 생각한다"고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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