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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계 마당발 정옥향 명창 "경북서 소리꾼 후학 양성"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수궁가 전수 교육자

경북 예천이 고향인 정옥향(오른쪽) 명창은 국악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왕성한 활동으로 바쁜 시간이지만, 느즈막에 고향에 제2의 소리꾼의 삶을 꾸리고 있다. 매일신문 D/B
경북 예천이 고향인 정옥향(오른쪽) 명창은 국악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왕성한 활동으로 바쁜 시간이지만, 느즈막에 고향에 제2의 소리꾼의 삶을 꾸리고 있다. 매일신문 D/B

"경북 예천에서 자라 비호남 출신 소리꾼으로 설움도 많이 받았습니다. 하지만 오직 소리와 국악에 대한 열정만으로 지금껏 견뎌 왔으며, 이제 예천과 안동 등 고향에서 그동안 제가 닦아온 소리를 가르치고 알릴 각오입니다."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수궁가 전수교육자인 정옥향(67) 명창.

국악계의 마당발로 통하는 그는 공연예술계 뿐 아니라 정계, 재계, 언론계, 종교계 등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발이 넓다. 벌여놓은 일도 만만찮아 늘 바쁜 그가 느즈막에 고향으로 내려와 제2의 소리꾼의 삶을 꾸리고 있다.

1952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6살에 예천으로 이사와 줄곧 어린시절을 보넀다. 1968년 사촌언니 집에 놀러갔다가 박농월 선생이 소리하는 것을 듣고 흠뻑 빠진 게 판소리와의 첫 인연이다.

이후 그는 만정 김소희 명창 문하로 들어가 그의 동생인 김경희 명창에게 남도민요와 신민요를 배우며 소리판에 정식으로 적을 올렸다.

1976년 정광수 명창의 눈에 띄면서 본격 판소리에 입문했다. 6년 만인 1981년 그의 전수장학생이 되면서 '수궁가'와 '적벽가', '흥보가'를 익혔고, 2001년 '준인간문화재'로 불리는 전수조교가 됐다.

박봉술·한승호 명창에게 '적벽가'를, 조상현 명창에겐 '춘향가'와 '심청가'를 각각 배워 판소리 다섯마당을 모두 뗐다. 2002년엔 국립국악원에서 '수궁가' 완창 무대도 가졌다.

"오랜 소리꾼 삶을 살았지만 유독 상복은 없었어요. 그러나 정광수 명창의 '소리는 자네가 제일이네. 다시는 경연대회 나가지 말게!'라 호통치던 말씀이 생생합니다."

비호남 출신에다, 이렇다할 학교나 각종 대회 수상 등 소리꾼으로서 정 명창은 한 마디로 '따돌림'의 조건을 두루 다 갖쳤다. 그럴수록 정 명창의 소리에 대한 열정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었으며, 평생을 왕성한 활동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려오고 있다.

경북 예천이 고향인 정옥향(사진 오른쪽) 명창은 국악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왕성한 활동으로 바쁜 시간이지만, 느즈막에 고향에 제2의 소리꾼의 삶을 꾸리고 있다. 매일신문 D/B
경북 예천이 고향인 정옥향(사진 오른쪽) 명창은 국악계의 마당발로 통한다. 왕성한 활동으로 바쁜 시간이지만, 느즈막에 고향에 제2의 소리꾼의 삶을 꾸리고 있다. 매일신문 D/B

정 명창은 1995년부터 13년째 '국악로문화축제'를 주관하는 '국악로문화보존회'와 경남 하동군의 '유성준·이선유 판소리 기념관' 관장도 맡아 후세 양성에 나서고 있다. 서울 종로구 익선동 소리교육연구소나 강원 양양의 '추성판소리연수원'도 찾아야 하는 눈코 뜰새없는 발걸음이다.

서울 종로 전국청소년국악경연대회와 정월대보름맞이 선유도축제, 3·1절 기념 국악행사, 광복절 기념 국악무대, 하이서울축제, 서울무형문화재축제 등 서울에서 진행되는 국악 행사를 도맡아 주관했다.

이처럼 뒤돌아볼 겨를없이 달려온 정 명창이 고향이 예천과 안동으로 돌아와 우리소리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그야말로 국악의 불모지에서 제2의 소리꾼 인생을 개척하고 나선 것이다.

정 명창은 지난 2015년 고향 예천에서 '우리소리축제'를, 안동에서 '코미디 창극 新 뺑파전' 공연에 나서면서 판소리 불모지인 경북 지역에 우리 소리의 전통을 되살리고 후학들을 발굴하려는 열정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는 그동안 소리만을 해온 사람으로 아무런 욕심이 없어요. 다만 학생들이 우리 소리를 제대로 배우고, 우리 소리에 대한 인식과 문화적 분위기가 경북지역에서도 충분히 마련되길 바랄 뿐입니다."

정 명창은 8월 26일 경남 하동군에서 '수궁가 완창 발표회'를 가지는 등 경상도 출신으로는 드물게 전라도 지역 특색의 소리인 판소리 소리꾼으로서,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수궁가 전수교육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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