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은 종영했지만 여운이 꽤 짙다. 올해 가을이 지나는 동안 곳곳에서 만난 여성들의 관심사는 단연 '동백꽃'이었다.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와 저마다 좋아하는 대사를 언급하며 드라마 작가를 향해 찬사를 쏟아냈다.
주인공 동백(공효진)은 어려서는 엄마가 없다는 이유로, 커서는 미혼모가 술집을 운영한다는 이유로 잔뜩 웅크린 채 사람들 눈치를 보며 살아야 했다. 하지만 세상의 편견 속에서도 착한 본성을 잃지 않았고, 안타까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했다. 남의 것을 탐내거나 부러워한 적은 없지만 한 번도 공짜 같은 행운이 없었던 자기 인생에도 기적과 행복이 찾아오길 바라는 마음은 있었다.
이런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좋아하며 응원해 준 용식(강하늘) 덕분에 동백은 점차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친구 향미를 죽인 범인을 직접 때려잡는 용기를 발휘한다.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지켰고 일과 사랑, 가족, 우정 모두를 성취했다.
마지막 회에서 동백은 행복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행복하자고 기를 쓰고 살아? 행복은 좇는 게 아니라 음미야 음미. 발을 딱 붙이고 서서 찬찬히 둘러보면 천지가 꽃밭이지. 이제 와서 보니까 나한테 이번 생이 다 기적 같아."
반면 철물점 주인 흥식은 스스로를 어둠 속에 가둔 채 고양이 죽이듯 사람을 해쳤다. 까불이라는 별명으로 동백의 주위를 맴돌며 그녀를 죽이려 한 이유는 그의 내면에 뿌리박힌 열등감 때문이었다. 동백은 흥식이 가게에 올 때마다 땅콩과 계란찜을 서비스로 줬다. 그런데 그 호의가 열등감을 자극하는 원인이 됐을 줄이야! 동네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동백이가 자신을 동정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흥식은 자신을 딱하게 여기거나 무시하는 이들을 죽였다. 수감된 흥식은 경찰인 용식을 향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형이 세상을 너무 천진난만하게 보는 게 어릴 때부터 비위 상했어요. 그래서 형한테 얘기해줘야겠어요. 까불이는 어디에나 있고 누구나 될 수 있고 앞으로도 계속 나올 거라고."
심리학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열등감 때문에 위축되어 살아가면서 자신의 가능성과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불행해 한다고 말한다. 열등감은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삶을 공격하고 파괴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성형외과 의사이자 심리학 등 여러 분야의 학문을 두루 섭렵한 맥스웰 몰츠(Maxwell Maltz)는 현대인들의 95%가 열등감이라는 질병에 시달린다고 했다. 수술 후 외모가 나아졌음에도 여전히 불행하게 살고 있는 이들을 보면서 사람들에게 절실한 것은 외과적 수술이 아니라 '실패'와 '부정적 신념'으로 왜곡된 내면의 자아 이미지를 바꾸는 '마음의 성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진정한 변화를 위한 실천 프로그램을 창안하는 데 몰두했다.
그 성과를 담은 '맥스웰 몰츠 성공의 법칙'은 1960년 출간 이후 3천만 부 이상 팔린 자기계발서로 반세기 넘게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몰츠는 성공과 행복은 정신적 습관이므로 적절한 자존심만 있으면 하찮은 경멸 따위는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으며 그런 것쯤은 간단히 지나치거나 무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서 눈과 귀가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들은 상대방의 무시를 그냥 지나치기 힘들다.
한편 열등감을 긍정적으로 본 심리학자도 있다. 개인심리학의 창시자이자 정신의학자인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는 열등감 이론을 심리학에 도입해 널리 퍼뜨린 인물로, 개인에게 주어진 열등한 환경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중요하며 어느 정도의 열등감을 갖는 것은 필요하고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열등감은 인간이 지닌 잠재 능력을 발달시키는 자극제 역할을 하며, 열등 상황을 극복하여 우월의 상황으로 밀고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그는 역사 속의 수많은 인물을 예로 들며 그것을 증명해 보였다.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자기계발서들은 대부분 '마음의 성형'을 얘기한다. 멋진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책을 덮고 나면 물음표가 생긴다.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될 것도 같은데 왜 돌아서면 항상 제자리일까?" 마음…, 참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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