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두면서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 선거인단의 37% 정도를 확보해 홍콩 정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범민주 진영은 지금까지 홍콩 행정 수반인 행정장관 선거에서 '들러리'에 불과했으나 '킹 메이커'로 부상하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행정장관 선거인단 1천200명은 금융, 유통, IT, 교육, 의료 등 38개에 이르는 직능별로 16∼60명씩 뽑는 직능별 선거인단과 입법회 대표 70명,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 60명, 종교계 대표 60명 등으로 이뤄진다.
중요한 점은 이들 선거인단이 모두 친중파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계가 대부분 친중파로 이뤄지기는 하지만, 각각 60명인 종교계와 노동계, 사회복지계 등에서는 범민주 진영을 지지하는 세력이 상당수에 달한다.
이에 따라 지난 2016년 말 선출된 약 1천200명의 선거인단 중 범민주 진영 인사는 325명을 차지했다. 더구나 지난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압승을 거둬 구의원 몫의 117명 선거인단을 추가로 확보해 전체 선거인단의 37%인 442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친중 매체 동방일보를 비롯해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 홍콩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문인 명보 등 홍콩 매체들은 25일 일제히 "범민주 진영이 '造王(조왕)'이 됐다"고 보도했다. '造王'은 킹메이커라는 뜻이다. 동방일보와 빈과일보는 "범민주 진영이 이제 행정장관 선거를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됐다"는 표현까지 썼다.
무엇보다 친중파 진영이 우려하는 것은 행정장관 선거인단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지금껏 홍콩 재계는 친중국 성향으로 일관해 왔으나,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중국 정부가 홍콩 재벌들의 탐욕을 비난하면서 양자의 '결탁'은 예전 같지 않다. 범민주 진영이 이러한 균열을 파고들어 159명을 더 확보한다면 총 601석으로 행정장관 당선을 노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다.
힌편, 캐리 람 행정장관은 야권으로부터 사임 압력을 받고 있다. 이번 구의회 선거에서 가장 많은 91명의 당선자를 내 지방의회 의석 기준 1당으로 올라선 민주당의 우치와이(胡志偉) 대표는 "람 장관이 사임, 내각 개편, 독립적인 조사위 발족 등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고 압박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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