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이화섭의 '아니면 말고'입니다.
지난 방송 때 제 얼굴이 좀 퉁퉁 부어 있어서 놀라신 분이 꽤 있으시더라고요. 제 친구 중에 한 명은 유튜브 썸네일을 보고는 "야, 니가 한국 코미디의 미래다"라고 하기까지 했다는 거죠, 네…. 이 친구 나중에 만나면 꼭 혼내 줄겁니다.
여튼, 혼이 나야할 곳은 따로 있습니다. 그 곳이 어디냐구요? 바로 '문화를 만든다'는 기업 CJ입니다. 아시다시피 현재 CJ ENM에서 촉발된 문제인 '프로듀스 101 전 시즌 조작' 사건 때문인데요, 보도를 보고 충격을 받으신 분들이 제법 많으신 줄로 알고 있습니다.
프로듀스 101 시리즈가 인기를 끌었던 요인이자 핵심 정의였던 '국민 프로듀서가 뽑는 아이돌'이 실은 'PD가 뽑은 아이돌'이 돼 버린 상황에 대중들의 분노가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이제 사람들은 CJ가 만든 모든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대해 불신과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요? 사태를 이렇게까지 만든 건 결국 CJ의 터무니없는 욕심 때문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CJ는 문화를 만든다는 미명하에 문화의 생산부터 전파까지 대한민국 대중문화의 모든 부분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했습니다. 가장 성공한 사례가 바로 영화 부문입니다. 한 번 볼까요? CJ가 영화를 만듭니다. 투자도 CJ가 끌어오죠. 그러면 CJ는 좋은 감독, 좋은 배우 불러다가 열심히 영화를 찍습니다.
여기까지만 하면 큰 문제가 안 되는 것처럼 보이죠. 그런데, 이 영화를 CJ가 가지고 있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CGV에 모조리 배급해버립니다. 아시다시피 대구 시내안에 있는 CGV영화관만 무려 네 곳입니다. CGV에 간 이상 그 영화를 안 볼 수 없는 겁니다. 이렇게 전국에 있는 모든 CGV에 영화를 깔아놓으면 천만 관객까지는 아니더라도 영화 만듦새가 '자전차왕 엄복동' 수준이 아닌 다음에야 기본 3~400만은 너끈히 넘기고도 남는거죠.
말만 들으면 'CJ가 다 해먹는' 구조라서 문제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CJ가 배급하는 영화 아니면 다른 영화를 보기 힘든 상황이 와 버린다는 점입니다. 물론 CJ가 예술영화를 배급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좋은 영화들이 CJ의 배급망에 올라타지 못하면 알려지는 것조차 힘들어진다는 말이 됩니다. 결국 CJ 때문에 우리는 영화선택권을 빼앗기게 됩니다. 이 때문에 영화계에서는 제작, 배급, 상영까지 소위 '수직계열화' 되어 있는 CJ의 구조를 독과점 체제로 보고 이를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지 않습니다.
이런 짓을 CJ는 음악 쪽에도 시도하려 했습니다. CJ ENM아래에는 '레이블'이라 불리는 음악 기획사들이 있습니다. 아이돌 '빅스'와 '구구단'이 속해 있는 젤리피쉬 엔터테인먼트나 박재범이 만들었던 'AOMG'와 같은 힙합 레이블도 CJ ENM 계열사입니다. 그리고 프로듀스 101을 통해 아이돌을 만들면서 스윙 엔터테인먼트, 오프더레코드 등 직접 음악 기획사를 차려버렸습니다.
이는 SM, YG, JYP처럼 CJ도 소속사를 만들어서 가수를 키우겠다는 말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음원 유통은 스톤뮤직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통해 진행하고, 엠넷이나 TVN과 같은 CJ 계열 케이블 방송을 통해 소속 가수들의 얼굴을 알리죠. 그러다가 사고가 터진 것이 바로 '프로듀스 101 전 시즌 조작'입니다.
"그냥 CJ가 자체적으로 가수를 만들고 유통시키는 게 무슨 문제냐"라고 이야기하실 분들이 있는데요, 잘 생각해보시면 CJ는 돈 되는 음악 장르만 키워왔습니다. 젊은 층들이 힙합을 좋아하니까 바로 만든 게 '쇼미더머니'구요, 아이돌이 돈이 된다 싶으니 바로 만든 게 '프로듀스 101'을 위시한 수많은 아이돌 서바이벌과 아이돌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었습니다. 엠넷에 인디 록 밴드나 다른 장르의 음악은 들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10년 전에는 가뭄에 콩 나듯 록 음악 등이 소개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전혀 찾을 수 없습니다.
CJ는 어른들 말씀으로 따지면 '설탕 만들던 회사'입니다. 기본적으로 굴뚝산업의 마인드가 남아 있다고 본다는 거죠. CJ는 결국 철저한 자본주의 마인드, 철저한 상업 마인드로 대중문화로 돈벌이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중들은 다양한 문화를 접할 기회를 점점 잃어가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CJ는 문화를 만드는 기업인지, 문화를 망치는 기업인지 의문만 듭니다.
이화섭의 아니면 말고,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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