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북 해안포 도발 숨긴 정부,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국방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인 북한의 해안포 사격에 대해 26일 구두로 항의하고 전화통지문도 보냈다고 한다. 북한의 도발이 있은 지 3일 만이다. 이렇게 늑장을 부린 이유에 대해 "분석하는 와중에 북한 보도가 나왔다"고 둘러댔다. 북한은 지난 23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인접한 창린도에서 남쪽으로 해안포를 쐈는데 북한 매체가 25일 이를 보도했다. 그래서 북한 매체가 보도하지 않았다면 국방부는 그냥 덮었을 것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그 근거는 25일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개막일이라는 사실이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한·아세안 CEO 서밋' 인사말을 통해 "북한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인 아세안의 포용 정신이 계속되길 바란다"며 북한을 감쌌다. 북한의 '합의' 위반은 이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결국 국방부는 이를 우려해 사실을 숨기려 했다가 북한이 먼저 보도하자 어쩔 수 없이 도발 사실을 공개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이라면 큰 문제다. 문 대통령 개인을 위해 안보 문제의 은폐를 기도한 것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문재인 정권에는 왜 이렇게도 비밀이 많은지 모르겠다. 북한 선원 2명의 강제 북송도 일선 부대 대대장이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보고한 문자 메시지가 언론 카메라에 포착되고서야 국민은 알게 됐다. 이달 초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북한 김정은을 초청하는 문 대통령의 친서를 비밀리에 보낸 사실도 북한이 21일 공개하지 않았다면 국민은 지금도 까맣게 모르고 있을 것이다.

주권자인 국민이 마땅히 알아야 할 북한 관련 사실을 북한을 통해 알게 되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실은 문 정권이 또 무엇을 비밀로 꽁꽁 싸매고 있나라는 '합리적 의심'을 낳는다. 26일 국방부 발표도 그렇다. 언제 어느 방향으로 몇 발을 쐈고, 사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밝히지 않았다. 이는 북한에 항의했다는 발표도 사실인지 의심케 한다. 누구를, 무엇을 위해 정부가 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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