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 칼럼] 대한민국은 IT 강국으로 가고 있는가?

법무법인 천우 이정호 변호사

이정호 변호사
이정호 변호사

세계적 수준 스마트폰 생산하지만
중요 부품 해외 기업에 의존도 높아

기술개발 투자'인력풀 더 풍부하게
4차 산업혁명 시대 한국 주도 기대

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를 다툴 정도로 초고속 통신망이 구축된 나라, 발달한 통신망을 기반으로 모바일을 통한 유비쿼터스가 어느 곳보다 잘 실현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해마다 첨단 기술이 업데이트되는 세계 굴지의 스마트폰 생산업체를 자랑스럽게 두고 있다. 누구도 우리가 IT 강국이라는 데에 추호의 의심도 없을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5세대 이동통신 시대를 우리가 기술의 선봉에서 주도할 거라 믿고 있다.

그러나 빠르고 편한 통신망 속에서 값비싸고 성능 좋은 스마트폰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만으로 IT 강국의 지표를 평가하는 건 성급한 자화자찬일 수 있다. 세계적 수준의 스마트폰을 생산해 내고 있지만, 정작 가장 중요 부품에 해당하는 프로세서의 반도체나 칩셋은 해외 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통신 칩셋을 기반으로 퀄컴 같은 기업은 세계 스마트폰의 심장부를 지배하며, 스마트폰에 장착될 각종 부품이나 소프트웨어 공급업체들까지도 좌지우지한다.

엄밀히 보면 우리는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하드웨어적 장치나 반복적 부품 생산 능력을 갖추고 향상하는 데에만 노력해 왔다.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 분야를 선택하여 집약적 생산 라인 개발에 설비와 인력을 집중함으로써 양적 성장을 해 온 것이지 향후 IT 업계의 지평을 바꾸거나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질적 성장과 개발은 소홀히 해 왔다. 장비나 인력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원가 관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협력업체들 또한 안정적 존립이 쉽지 않게 된다.

이런 점에서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텍사스주에서 시스템 반도체 내지 CPU 분야의 연구 프로젝트를 중단하기로 했다는 소식은 한 기업의 이해관계로 인해 국가적 IT 미래의 균형발전을 포기하는 선택이 아닌지 우려스럽다. 삼성전자로서는 종래의 메모리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으로 주력 종목을 정하더라도 해외 기업과의 적절한 기술적 견제와 균형을 유지함으로써 기업 내 포트폴리오를 무난히 유지해갈 수 있을지는 모르나 장차 투자와 성장이 요구되는 비메모리 분야의 전망은 더 나빠지기만 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성장동력이란 점에서는 소프트웨어 산업도 크게 나을 것은 없어 보인다. 국가는 소프트웨어의 지속적 개발, 정당한 대가에 의한 사용 환경들을 조장해 소프트웨어 기업의 역할을 키워주고자 하나 중소기업에서 제품 생산이나 개발을 위해 절실히 필요한 소프트웨어 대부분은 해외 기업의 것이다.
사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최소한의 프로그래밍 인력이 기반이 되어야 하나 중소기업으로서는 경쟁력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기술인력 자체를 만나기도 힘들다. 이미 일선 현장에서는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에서 프로그래밍 인력을 찾는 실정이다.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고자 조기 코딩교육 붐도 일고 있으나 이미 시장과 간격이 생긴 IT 전문인력의 공급원으로 그들이 성장하기는 시기상조다. 우리는 과거 퀄컴이 CDMA 이동통신 방식을 개발, 세계적 기업으로 급격히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왔다. 물론 그 이면의 반대급부로 국내 전자·통신기업이 동반성장해 현재 수준의 IT 강국에 이르게 된 덕도 있었다.

그러나 새로운 IT 지평이 열리고 있는 오늘날, 이전과 다를 게 없는 IT산업 구조로는 절대 세계 기업들을 선도할 힘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팹리스 업체들이 양적, 질적으로 더 성장해 비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선도해야 하고, 고급 프로그래밍 인력풀 또한 더 풍부해져야 한다. 국가는 대기업들로 구성된 전통적인 전자·통신기업들 외에 중소기업이 기술을 개발하고 적극적으로 IT 시장에서 지배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새 패러다임에 입각한 IT 육성 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대기업은 자신들만의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그 나름 국가 경제적 관점에서 해외 기업에 넘어간 IT 사각지대에 속한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를 과감히 시도하는 등 소정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지난 세기 동안 값싼 고급 노동력을 기반으로 선진국 문턱에 이르고 세계 경제의 당당한 일원으로 나설 수 있었듯, 세계 수준의 정보통신기술을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자 미래 기술산업을 선도하는 대한민국으로 도약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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