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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어' 없는 박경 '사재기' 트윗 "법정에선 어떤 판단?"

지난 11월 23일 박경이 올린 트윗. 가수 박경 트위터
지난 11월 23일 박경이 올린 트윗. 가수 박경 트위터

가수 박경의 트윗 한줄이 요즘 화제다.

박경은 지난 23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처럼 □□□처럼 □□□처럼 □□□처럼 □□□처럼 □□□처럼 사재기좀 하고싶다^^;;'

라는 트윗을 올렸다.

이와 관련 일명 '음원 사재기' 이슈가 터졌고, 박경의 트윗에 언급된 이들 및 관계자들의 법적 대응 입장이 잇따랐다.

이어 박경 소속사 세븐시즌스는 26일 공식 입장을 통해 향후 법적 절차가 진행될 경우 변호인을 선임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본 건을 계기로, 모두가 서로를 의심하게 되고,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현 가요계 음원 차트 상황에 대한 루머가 명확히 밝혀지길 바라며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대한 건강한 논의가 있길 바란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가수 박경. 매일신문DB
가수 박경. 매일신문DB

◆'음원' 사재기가 아닌 '그냥' 사재기 언급한 박경 트윗

이에 따라 만약 양측 간 법적 송사가 이뤄질 경우, 박경 트윗이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해당 트윗의 사재기라는 표현이 가리키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따지는 문제가 중요한 부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윗에는 '사재기 좀 하고 싶다'는 표현이 있기는 하지만, '음원을'이라거나 '스트리밍을' 등의 목적어가 없어서다.

즉, 저 트윗만으로는 사재기의 목적어가 음원, 스트리밍 등일 수 있다는 '추정'은 가능하지만, '특정'은 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법정에서는 사재기의 목적어가 뭔지에 대한 박경 측의 '설명'이 곧 '증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는 트윗에 나타나 있지 않더라도 사재기가 음원을 지칭한다는 '맥락'이 간접 증거를 바탕으로 인정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가령 박경 소속사 측이 논란이 터진 후 이어진 해명에서 계속 가요계, 음원 차트 등을 연관 짓고 있는데, 이게 법정에서 간접 증거로 채택될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도 나온다. 즉, 박경 트윗의 사재기가 '(음원)사재기'로 쓰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의 문제이다. '(음원)'을 사재기라는 단어 앞에 넣어 해석할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아울러 경제용어이기도 한 사재기의 원래 뜻은 매점(買占), '물건 값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폭리를 얻기 위해 물건을 몰아서 사들인다'는 것인데, 꽤 부정적 뉘앙스를 갖고 있다. 따라서 사재기의 목적어는 없더라도 단어 자체의 부정적 뉘앙스가 명예훼손의 소지도 만드는 지에 대한 법적 판단도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음원 사재기는 비유적 표현…'박쏘공' 평가 받나?

그런데 요즘 흔히 쓰이는 '음원 사재기'는 시장에서 벌어지는 매석(賣惜, 금방 가격이 많이 오를 것을 예상하고 비싼 값을 받기 위해 상인이 물건 팔기를 꺼리는 일)을 위한 매점이라기보다는(매점매석), 음원 차트 순위를 높이기 위해 브로커 등을 이용하는 불법 조작 행위를 가리킨다.

따라서 예컨대 '음원 차트 불법 조작'이나 '음원 차트 순위 올리기 작업'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인 셈이다. 음원 사재기라는 표현은 사재기라는 단어의 뜻을 그대로가 아니라 비유적으로 가져다 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부분 역시 박경 트윗의 사재기가 음원 사재기를 가리킨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지, 서로 다른 판단을 만들어낼 수 있다.

아무튼 법적 송사가 이뤄질 경우 현재 가장 중요한 증거인 박경 트윗에는 사재기라는 표현의 목적어가 없기 때문에, 이 부분이 여러 갈래의 결과를 예상케 하고 있다.

아울러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그동안 간헐적으로 제기돼 온 가요계 음원 차트의 여러 문제를 공론화시킨 것은 박경 트윗의 여파, 즉 '박쏘공'(박경이 쏘아 올린 작은 공)으로 평가 받을 전망이다. 언론 보도, 그에 따른 여론 등이 지금 그런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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