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는 세계적인 정보 분석 서비스 기업이다. 이곳은 매년 전세계 최대 규모의 학술정보 데이터베이스로 알려진 '웹 오브 사이언스'를 분석해 각 분야에서 논문 인용 횟수가 많은 상위 1% 연구자(High Cited Researchers·이하 HCR)를 선정한다.
올해 HCR에 선정된 60여 개국 6천216명의 연구자 중 한국인은 39명. 이 중 눈에 띄는 연구자가 있다. 5년 연속 HCR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 박주현 영남대 전기공학과 교수다. 특히 올해는 수학(Mathematics)분야 뿐만 아니라, 컴퓨터공학(Computer Science)과 공학(Engineering)분야에서도 세계 상위 1% 연구자로 뽑혔다. 3개 이상의 분야에서 HCR에 선정된 연구자는 전세계에서 11명뿐이다.
지난달 27일 영남대 연구실에서 만난 박 교수는 이에 대해 "기록적인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열심히 했다'라는 동료 연구자들의 평가라 더 의미가 깊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연구자로서 큰 영예를 누릴 기회가 사실 많지 않다"며 "이번 HCR에 선정된 것은 큰 영광이다. 기업이나 재단에서 주는 상의 경우 주관적 평가가 반영될 수 있는 데 비해 HCR은 그야말로 100% 객관적인 데이터에 의해 선정하는 것이다. 연구자로서 더욱 가치가 있다"고 했다.
박 교수의 제자들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HCR은 과학, 사회과학 등 21개 분야와 크로스필드(Cross Field·다른 여러 분야 연구자에게 높은 영향력을 준 연구자) 등 총 22개 분야에서 선정한다. 올해 크로스필드에는 한국에서 18명의 연구자가 이름을 올렸는데, 이 중 박 교수의 제자인 이태희 전북대 전자공학과 교수가 포함됐다.
박 교수는 "이 교수는 우리 대학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한 순수 국내파로, 우리 학교와 호주 디킨대 박사후연구원을 거쳐 2017년 전북대 교수로 임용됐다"며 "이외에도 연구실에서 같이 연구했던 인도, 중국 등 외국인연구원 4명이 HCR에 선정됐다"고 말했다.
우수한 인재들을 키워낸 비결을 묻자 그는 "우선 본인들이 스스로 열심히 하는 것이고, 팀·그룹 방식의 연구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박 교수는 "나도 40대까지는 혼자 연구해왔다. 하지만 나이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지 않나. 좀 더 연구를 조직적으로, 범세계적으로 할 필요성을 느끼고 그때부터 연구그룹을 키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은 그룹 리더로서 연구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고, 넓은 안목과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숨어있는 잠재력을 끌어올려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지난해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가 발간하는 세계적 학술지 'IEEE 트랜잭션스 온 퍼지시스템'의 부편집장이 됐다. 영국공학기술학회(IET)에서 발행하는 'IET 제어이론 및 응용', 세계적인 과학·기술·의약 분야 전문 출판사인 슈프링거(Springer)의 '비선형 동역학' 등 다수의 국제저명 학술지에서 편집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이처럼 활발한 활동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박 교수는 "나는 무엇보다도 학문이 좋은 학자"라고 답했다.
그는 "연구해서 논문을 쓰는 것만 최대 3년이 걸리고, 세계 저명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기 위한 심사만 2년이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논문을 쓰면 인정을 받고, 인정을 받는 횟수가 많아지면 자연히 학자로서의 위상도 높아진다"며 "'세계적인 학술지의 부편집장이 되겠다' 는 등의 목표를 설정해놓고 달려온 것이 아니라 꾸준히 연구활동을 하다보니 좋은 기회들이 찾아온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늘 하던대로, 한결같이 연구하려 한다. 특별한 목표를 설정해놓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연구에도 흐름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논문이 세상에 나오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고,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안목을 키우고자 꾸준히 노력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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