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남대의료원 고공 농성 150일째…결국 겨울까지 왔다

박문진 지도위원 홀로 44일 째 고공농성…“죽어도 여기서 죽을 것”
노사 양측 사적조정 절충안에 수용 힘들다는 입장

27일 민주노총 대구본부 노동자들이 영남대의료원 해고 노동자 고공농성 150일째를 맞아 반월당에서 영남대의료원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구고용노동청의 제안에 따른 사적 조정이 성과가 없었다며 의료원 해고자 복직과 노조 파괴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27일 민주노총 대구본부 노동자들이 영남대의료원 해고 노동자 고공농성 150일째를 맞아 반월당에서 영남대의료원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구고용노동청의 제안에 따른 사적 조정이 성과가 없었다며 의료원 해고자 복직과 노조 파괴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이 27일로 150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지난달 시작한 두 번째 사적조정(매일신문 10월 28일 자 6면)은 여전히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영남대의료원 응급의료센터 70m 옥상에서는 해고자 박문진 보건의료노조 지도위원만이 홀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27일 오후 영남대의료원 옥상에서 만난 박 위원은 지지부진한 대화 국면에 대해 "살아도 여기서 살고, 죽어도 여기서 죽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다.

지난달 15일 함께 농성하던 송영숙 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 부지부장이 건강 악화로 농성을 끝낸 뒤 박 위원이 홀로 옥상 생활을 한 지도 벌써 44일이 지났다.

온종일 대화를 하지 않는 날도 있어 박 위원은 시집을 소리 내 읽거나 하루 500배씩 절을 하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었다.

건강 상태도 아직은 이상이 없다. 2주 전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의 방문 검진 당시 박 위원의 특별한 건강상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는 "아무래도 혼자라서 힘들지만, 최대한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보려 한다"며 "다음에는 꼭 땅에서 만나자"고 웃었다.

27일 영남대의료원 응급의료센터 옥상에서 만난 박문진 지도위원. 채원영 기자.
27일 영남대의료원 응급의료센터 옥상에서 만난 박문진 지도위원. 채원영 기자.

그러나 대구고용노동청이 제안한 사적조정은 어느 범위까지를 대화 대상으로 삼을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조정위원 측은 지난달 30일 절충안을 제시하고 답을 기다리고 있지만 노사 모두 수용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앞서 영남대의료원 노조는 ▷해고자 원직 복직 ▷노조 기획탄압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및 재발 방지 ▷노조 원상회복 ▷비정규직 철폐 등 5대 요구안을 내놨지만, 절충안에는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해고자 복직과 노조 원상회복 문제만 대화 테이블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경 영남대의료원노조 지부장은 "(절충안이) 노조의 요구보다 상당 부분 후퇴해 수용이 쉽지 않다"면서도 "대화의 창구는 열어 놓고 시민대책위 측과 입장 정리를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영남대의료원 관계자는 "병원이 절충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는 이날 오후 반월당네거리에서 영남대의료원까지 2.4㎞를 행진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노총은 "영남대의료원이 어떤 해결방안도 내놓지 않은 채 시간을 끄는 사이 해고자는 추운 겨울을 맞고 있다"고 했다.

27일 민주노총 대구본부 노동자들이 영남대의료원 해고 노동자 고공농성 150일째를 맞아 반월당에서 영남대의료원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구고용노동청의 제안에 따른 사적 조정이 성과가 없었다며 의료원 해고자 복직과 노조 파괴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27일 민주노총 대구본부 노동자들이 영남대의료원 해고 노동자 고공농성 150일째를 맞아 반월당에서 영남대의료원까지 행진을 하고 있다. 이들은 대구고용노동청의 제안에 따른 사적 조정이 성과가 없었다며 의료원 해고자 복직과 노조 파괴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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