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이란 '문서와 회화, 사진 등 저작물을 인쇄술, 기타 방법으로 복제해 다수 독자에게 발매 또는 배포하는 일'(두산백과사전)을 이른다. 또 책은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을 글자나 그림으로 기록해 꿰맨 것'을 뜻한다.
출판과 책은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지식 문화 창작 행위이자 결과물이다. 1440년 유럽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을 시작으로 대량 출판이 일반화했다. 종이로 만든 책과 기록물은 서점과 도서관을 통해 수많은 인류에게 전해져 왔다.
제 아무리 이북(e-book)과 유튜브(youtube)가 대세라지만, 출판의 기능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진화 중이다. 여전히 '저자-출판사-서점·도서관-독자·이용자'로 이어지는 출판과 책의 프로세스가 유효하고, 다양한 독서 문화 활동이 수많은 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웹 플랫폼서 인정받은 콘텐츠, 종이책으로 출간
2006년 캐나다에서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가 등장했다. 누리꾼 누구든 작가가 돼 플랫폼에 SF, 판타지, 로맨스, 호러, 팬픽션 등 기존 출판 문법에 얽매지 않은 다양한 웹소설을 올릴 수 있도록 했다. 작가와 독자가 직접 소통할 수도 있다. 이곳에 등록된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귀속되나, 이를 다른 형태의 콘텐츠로 제작할 때는 그 수익을 왓패드와 분배한다. '텍스트 유튜브'라는 별명을 얻었을 만큼 플랫폼 규모가 빠르게 확장해 월 8천만 명 이상의 독자와 작가가 이곳을 이용 중이다.
현재 이용자 1인당 평균 이용 시간은 37분, 월 전체 이용 시간은 220억 분이다. 사용자 9할이 Z세대 또는 밀레니얼 세대다. 왓패드는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이용한 시간과 다시 읽은 횟수, 완독률, 가장 많이 읽힌 부분 등을 통계로 수집해 취향 분석을 하고 있다.
2016년 왓패드는 자사가 보유한 스토리 콘텐츠를 지적재산(IP)으로 활용하고자 왓패드 스튜디오를 만든 뒤 코카콜라, AT&T, 폭스, 파라마운트 등 대규모 기업들과 제휴해 각종 공모전을 벌이고 있다. 왓패드 독자에게 검증된 콘텐츠는 '원 소스 멀티 유즈'(하나의 원작을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 트렌드에 따라 책, 영화 등으로 거듭난다. 대표적 사례가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키싱 부스'다.
왓패드는 지난 1월, 가장 전통적인 산업으로 진출했다. '출판'이다. 데이터 중심의 분석 방식을 통해 검증한 콘텐츠를 종이책으로 출간, 왓패드 회원이 아닌 독자에게도 어필한다는 것이다. 올해 하반기 중 6종의 종이책을 출간하기로 했고, 미국과 캐나다에서 공식 유통 파트너를 선정했다. 이미 검증된 도서를 내는 만큼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를 확률이 높고, 전문 편집자와 마케터, 출판사가 높은 역량을 구사해 지원사격할 가능성도 높다.
온라인에서 검증된 콘텐츠를 다시 오프라인 도서로 출간하는 추세는 비단 왓패드만의 사례가 아니다. 아마존이 2015년 11월 자사 본사가 있는 미국 시애틀에 아마존북스 1호점 문을 연 바 있다. 이처럼 온라인에서 독자 데이터를 수집해 종이 책을 펴내는 출판 시스템은 미래 출판 전략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디지털 시대 속, 출판의 생활화 유도하는 출판업계
디지털 시대로 전환하면서, 기존 집권하던 책과 신문, 방송 등 아날로그 매체의 영향력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해당 매체들이 생산하는 콘텐츠 파워는 여전하거나 오히려 디지털 매체 등에 올라타고 거세게 커지고 있다.
출판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서점도 시장 상황과 독자 생활 양식 변화에 맞춰 상품을 구성하고, 큐레이션과 커뮤니티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오프라인 서점은 독자들의 온·오프라인 반응을 고려해 평대에 책을 올려놓고 있다. 책도 라이프스타일의 일종이라는 뜻에서 식음료, 맥주·와인 등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매장을 구성하는 사례(반스앤노블)도 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초대형 테이블을 설치해 독자들이 머물고 싶은 공간을 꾸몄다. 작가와 소통하거나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교보 아트 스페이스', 엄마와 아이가 함께 하는 '키즈 가든' 등 문화 체험 공간도 확충해 책이 함께하는 생활 양식을 독자에게 제안한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오랜 기간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에 집중하는 것이 사업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출판계에 비춰 보면 매체의 형태와 채널은 변했을지라도, 흥미롭고 감동을 주는 이야기를 쓰고 읽는 사람들의 활동은 변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즉, 인류 사회에서 변치 않는 것을 위해 쌓아 온 출판의 힘은 그 자체가 매력적인 스토리다.
'출판 혁명'은 이처럼 세계 출판 산업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아마존, 반스앤노블, 구글, 코보, 펭귄랜덤하우스 등 메이저 출판 사업자와 왓패드, 굿리즈, 인키트, 시리얼박스 등 북테크 스타트업들 사례를 모은 책이다. 소개된 사례들은 저마다 창작과 제작, 유통까지 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주도했거나 업계에서 처음 시도했던 '출판 혁명'의 대표적 예다.
아울러 세계 출판계의 변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사례와 용어를 총 35개의 키워드로 정리했다. 이 책은 위기를 맞은 국내 출판계에는 물론 디지털에 무게중심을 옮겨 갔던 독자층이 오프라인 출판에 관심을 갖기에도 좋은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252쪽, 1만5천원
※ 류영호는
대학에서 국문학,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으며 국내 대형 서점에서 콘텐츠 사업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주로 신규 사업 기획, 마케팅 및 각종 제휴 프로젝트를 수행했으며 2015년 '제21회 한국출판평론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아마존닷컴 경제학', '출판 혁신 전략', '세계 전자책 시장은 어떻게 움직이는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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