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는 대한민국 전 국민의 관심사다. 올해 하반기엔 더 유난스러웠다. 이른바 '조국 사태'가 그 관심에 더욱 불을 당겼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딸이 수 년전 대학입시에서 불공정한 혜택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 사태는 블랙홀처럼 다른 이슈들을 집어 삼켰다. 그리고 대입 제도 전반에 걸친 공정성 논란으로까지 확대됐다.
결국 교육당국이 교통정리에 나섰다. 여론을 일부 수용, 28일 서울 상위권 대학 일부를 중심으로 정시모집을 40%대로 확대하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도 손질하는 내용 등을 담아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내놨다. 이 방안의 구체적 내용과 그에 따른 영향을 살펴봤다.
◆서울 주요대 정시 비율 40% 확대
2022학년도는 현 고1이 대학입시를 치르는 해다. 이 때부터 서울 상위권 대학 16곳이 정시모집 비율을 40%대로 높인다. 정시는 수능 위주 전형으로도 불린다. 결국 신입생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을 수능시험 성적으로 뽑는다는 의미다.
교육부는 학종과 논술 위주 전형 모집인원이 전체의 45% 이상으로 높은 서울 소재 대학을 이번 조치 대상에 포함시켰다.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가 그곳이다.
교육부 측은 "정시 비율을 2023학년도까지 40%로 높인다. 다만 대학 여건을 고려해 2022학년도까지 앞당겨 달성할 것"이라며 "입학전형 운영·연구비 등 고교 교육 기여 대학 지원 사업 등 교육 재정 지원 사업 선정과 연계해 수능 비중 확대를 유도할 방침"이라고 했다.
현재 서울 상위권 대학의 정시 비율은 대략 27% 내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초 교육부는 2022학년도에 정시 비율 30%선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번 발표에선 그 비율을 더 높였다.
정시 확대는 대입 제도의 공정성을 높이려는 조치다. 다만 이번 방안은 찬반 양쪽의 의견을 고려해 절충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 한 고교 진학담당 교사는 "문제풀이식 수업을 벗어나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려면 정시 비율을 대폭 늘려선 안된다는 주장도 반영된 결과"라며 "정부가 추진 중인 고교학점제를 고려해서도 정시 비율을 더 늘리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평가 기준 공개, 자소서 폐지로 학종 투명성 제고
대입제도를 얘기할 때 공정성과 신뢰성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게 학종이다. 학교나 부모가 미치는 영향이 크고 대학의 평가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는 등 비판이 적지 않다. 학종이 '깜깜이 전형', '금수저 전형'이라고 지적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종은 학교 교육과정과 수업 방식을 다양화하고, 교내 활동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했다. 학생의 특기와 흥미를 살리는 데도 전보다 관심을 갖게 됐다. 하지만 이 제도에 대한 불신은 숙지지 않았고, 이번에 교육부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에 학종 개선 조치를 포함시켰다.
학종 개선의 방향은 투명성 강화다. 교육부는 2021학년도부터 각 대학이 학종 평가 기준을 모집 요강에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한다. 이 기준은 내년까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함께 표준 공개 양식을 개발한다. 대학이 평가 항목과 배점, 평가 방식 및 기준 등을 구체화하고 세부평가 단계도 공개하게 할 방침이다.
현 중2가 대입을 치르는 2024학년도부터는 정규 교육과정 외에 비교과 활동(수상 경력, 봉사활동 실적, 독서, 동아리 활동 등)은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다. 학종 제출 서류 중 하나인 자기소개서도 폐지된다.
이 외에 교육부는 중장기 대입 체계 개편 방안도 일부 밝혔다. 현 초교 4학년이 대입을 치르는 2028학년도부터 수능시험을 손본다. 교육부 관계자는 "논·서술형 문제 등 객관식 시험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검토 중이다. 새 수능 체계안은 2021년까지 마련할 예정"이라고 했다.

◆공정성 시비 벗어도 지역엔 유리할 게 없다
정부가 밝힌 정시 비율 확대 수치는 40%대. 수시 이월 인원까지 생각하면 정시 비율이 거의 50%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성을 강화했다는 게 교육부의 주장. 하지만 입시전문가들은 이 조치가 다수 수험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기소개서 폐지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김기영 매일신문 교육문화센터 연구실장은 "정시 비율이 느는 것은 재수생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내신이 좋지 않은 재학생에겐 심리적 기대치만 충족해줄 것"이라며 "자기소개서를 폐지하면 학생부상 기록만 보게 되기 때문에 학생 개인보다 학교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 기존 학교의 서열화가 더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사교육 시장이 이번 조치로 활로를 찾는다는 것이다. 학원가는 면접 대비 강좌를 늘려 돌파구를 찾으려 할 것이고, 정시 확대는 '재수 욕구'를 키울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교육특구'로 불리는 지역, 대구 경우 수성구 쏠림 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윤일현 지성학원 진학지도실장은 "수능 대비 사교육 인프라가 잘 갖춰진 지역, 이른 바 기존의 '명문 학군'으로 쏠림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며 "자기소개서 폐지로 대학들은 면접 구술을 강화할 것이다. 현재도 이와 관련한 고액 과외가 성행 중이다. 결국 지방 수험생, 저소득층 자녀들은 이 조치가 시행돼도 여전히 불리할 것"이라고 했다.
지역 대학들도 이번 조치를 걱정스런 눈으로 바라본다. 지역 한 사립대 관계자는 "사회적배려대상자전형에서 10% 이상 선발하도록 의무화한다는데 정원 내 지원자가 없을 경우 입학 정원을 못 채울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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