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反)정부 시위가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 거리엔 27일(현지시간)에도 '쨍그랑'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 손에 냄비를, 다른 한 손엔 막대를 쥔 시위대는 타악기처럼 박자를 맞춰 냄비를 두드리며 거리를 행진했다. 중남미 각국의 시위에서 자주 등장하며 최근 중남미 시위에서 나타나는 냄비 시위, '카세롤라소'(cacerolazo)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냄비 시위를 조명하면서 "중남미에서 '냄비 두드리기'는 권력자들에겐 문제가 생겼다는 신호"라고 표현했다. 카세롤라소라는 말은 냄비를 뜻하는 스페인어 '카세롤라'(cacerola)에서 나왔지만 굳이 냄비가 아니어도 된다.
'냄비 시위'는 먹고살기 힘든 처지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텅 빈 냄비처럼 내 배도 텅 비었다는 뜻이다. 중남미 역사학자인 콜린 스나이더 미국 텍사스대 교수는 "시위대는 가장 기본적인 요리 도구를 통해 그들의 일상이 얼마나 힘든지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리에 나가지 못한 시위대는 창문을 열고, 또는 발코니에 나와 냄비를 두드리며 시위에 동참할 수도 있다. 지난 22일 보고타에 야간 통행금지령이 내려졌을 때도 시위대는 '침묵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발코니나 옥상에서 냄비 시위를 펼쳤다.
스나이더 교수에 따르면 중남미에서 냄비 시위를 처음 시작한 것은 1964년 브라질 중산층 주부들이다. 주앙 굴라르 당시 대통령의 좌파 정책이 식량난으로 이어질까 두려워한 주부들이 냄비를 들고 시위에 나섰다는 것이다. 굴라르 전 대통령은 이후 군부 쿠데타로 축출됐다.
1971년 칠레의 살바도르 아옌데 좌파 정권 당시에는 여성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가 '냄비 행진'을 벌였다. 아옌데 정권을 무너뜨리고 들어선 아우구스토 피노체트의 퇴진을 요구할 때도 시위대는 냄비를 들고나왔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잦았던 2000년대 베네수엘라에선 냄비 두드리기에 지친 시위대가 냄비 소리가 담긴 CD를 이용하기도 했다고 WSJ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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