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새겨진 카카오T블루 택시(이하 T블루 택시) 1천대가 시범 운행을 거쳐 지난 28일 대구 도로에 등장했다. "미래 택시 산업의 기준이 될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낸 T블루 택시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운행 첫 날, T블루 택시를 타봤다.
T블루 택시의 가장 큰 장점은 승객이 기사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기존 콜택시는 기사가 거리에 따라 승객을 고를 수 있는 선택배차 방식이었지만, T블루 택시는 승객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빈 택시가 연결되는 '강제배차' 방식이다. 승객이 승차해야 비로소 기사가 목적지를 알 수 있다. 기사에게 선택권이 없기 때문에 승객은 "기본요금 거린데 괜찮나요?"라며 멋쩍은 웃음을 짓지 않아도 된다.
단거리를 이동하려 경북대학교 북문에서 5분 거리인 복현오거리까지 T블루 택시를 호출했다. 택시에 승차하는 순간 목적지까지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이 켜졌다. 혹시나 단거리 호출이 싫지는 않을까 눈치를 봤지만 기우였다.
임영진(43) 기사는 "T블루 택시를 운행하니 일반택시 때보다 콜이 더 잘 잡힌다. 3시간을 덜 일하고도 수입이 같다"며 "기사가 단거리 고객을 꺼리는 이유는 잠깐 사이에 장거리 고객을 놓칠까 하는 우려 때문인데 이제는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승객이 기사와 원하지 않는 대화를 할 필요도 없다. 대구시 택시 운송가맹사업자 DGT모빌리티는 T블루 기사에게 다양한 자체 교육을 실시한다. 교육 내용에는 차량 관리뿐만 아니라 '바람직한 손님 응대법'도 포함돼 있다. 최근 대구 한 택시 기사가 여자 승객에게 성폭언을 해 사회적인 지탄을 받았기에 "승객이 기사와 분리될 권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참이었다.
기사 이정호(52) 씨는 서구청에서 경북대학교까지 이동하는 20여 분간 승하차 인사를 제외하고는 불필요한 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 이 씨는 "손님에게 정치나 사회 문제에 대한 얘기를 자제하라는 교육을 받았다"며 "기사는 승객이 불편하지 않도록 운전에 집중한다"고 했다. 다만 아직까지 T블루 택시 기사를 사전 검증하는 기준은 따로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별화된 차량 외관과 내부 환경도 T블루 택시가 내세우는 무기다. T블루 택시 내부에는 미세먼지와 유해균 차단을 위한 공기 측정기를 구비돼 있다. 공기질이 일정 수치를 초과하면 기사는 방향제를 뿌려야 한다. 기존 택시는 차량 내부에 담배 찌든 냄새같은 특유의 악취가 나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날 타본 T블루 택시에는 향긋한 향기가 났다.
기사 박철수(71) 씨는 "T블루 택시는 출고 3년 미만인 차량들이라 기본적으로 상태가 좋다. 운행을 준비하면서 3일 동안 차량 내외부를 손보고 에어컨 필터 8개를 모두 교체했다"며 "차량이 불결하면 승객이 신고할 수 있는 장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대 1천원이 부과되는 T블루 택시 서비스 이용료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나왔다. T블루 택시는 기본 요금 3천300원에 실시간 수요에 따라 탄력적으로 추가 운임이 부과된다. 수요가 집중되는 출퇴근 시간대에 최대 요금이 부과되는 식이다. T블루 택시의 차별성이 이용료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인 것으로 보인다.
시민 박예진(23) 씨는 "같은 값이면 T블루 택시를 타겠지만 추가요금까지 지불하면서 탈 생각은 없다. 택시는 목적지에 빨리 가려고 타는데 급박한 상황에 굳이 추가금을 내고 3~4분을 기다려 T블루 택시를 부르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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