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지능(AI)이란 말이 낯설지 않은 시대다. 인공 지능 알파고가 세계 최고 바둑기사라던 이세돌과 대결에서 승리, 화제를 낳은 것도 이미 3년 전 일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그 과정을 따라잡기 벅찰 정도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것이다. AI를 비롯해 빅데이터, 사물 인터넷, 모바일 등 첨단 정보통신 기술이 융합돼 사회 전반에 혁신적 변화가 일어나는 시대다.
그런 만큼 '창의'와 '융합' 교육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대구시교육청도 창의융합교육원을 만들어 과학과 수학, 정보교육을 기반으로 과목 간 경계를 넘나드는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다. 창의성과 상상력을 키우고 지적 성장의 폭을 넓혀주려는 시도다. 그에 따라 학교 현장도 변하는 중이다.
◆미래형 가상 현실 스포츠실이 등장한 학교
가상현실을 활용한 스포츠 시설이 학교에 등장했다. 학생들은 실내에서 스크린에 띄워진 경기장 화면을 보면서 공을 차고, 활을 쏜다. 마치 어른들이 스크린골프를 즐기는 것처럼. 바깥 날씨가 추워도 아무런 영향이 없다.
대구교육대학교대구부설초등학교(교장 이점형·이하 대구교대부설초교)가 최근 미래형 가상현실 스포츠실을 개관, 운영해 눈길을 끌고 있다. 대구교대부설초교의 가상현실 스포츠실은 대구 학교 가운데선 최초로 문을 여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구시청, 달서구청으로부터 예산 7천200만원을 지원받아 구축한 시설이다.
이 스포츠실은 실내에 설치된 화면과 특수센서가 움직임을 감지해 점수를 알려주는 등 첨단기술이 접목됐다. 양궁, 야구, 볼링, 축구, 테니스 등 30여 가지 스포츠 콘텐츠 외에도 놀이와 학습을 융합한 100여 종 이상의 교육 콘텐츠를 활용해 학습할 수 있게 구성됐다.
이 스포츠실을 접해본 신승환(6학년) 학생은 "이제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스포츠를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어 좋았다"며 "특히 쾌적한 실내 환경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어 앞으로도 이 시설에서 많은 체육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미세먼지, 폭염과 추위 등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 덕분에 학생뿐 아니라 학부모의 호응도 좋다. 가상현실을 활용하는 만큼 실제 활동보다 위험 요소가 적다는 것도 학부모들이 반기는 이유다.
이점형 교장은 "최근 미세먼지 탓에 학생들이 체육활동을 하는 데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이 시설 덕분에 날씨 걱정을 덜었다"며 "평소 접하기 쉽지 않은 스포츠를 다양하게 경험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고 했다.
◆대학-고교-중학교 연계한 창의융합 교육
고등학생이 깊이 있게 공부했다 해도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과학 이론을 접하고 실험해보려면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다. 대구 경상여자고등학교(교장 권효중)가 대학교와 연계한 '경상 창의융합 캠프' 활동이 주목할 만한 이유다.
경상 창의융합 캠프에 더 시선이 가는 것은 중학교와도 연계해 활동하기 때문이다. 고교생이 대학생으로부터 배워 중학생에게 가르치는, 이른바 '학교급 연계 교육활동'이다.
경상여고 과학·정보·수리 융합 중점 과정 학생들은 지난 여름방학 동안 경북대 실험실을 찾았다. 이곳에서 대학생들로부터 과학 이론을 배우고 실험을 함께했다. 이후 10월과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대구 중학생 90명을 초청해 경상 창의융합캠프를 운영했다. 경상여고 학생들은 중학생, 대학생과 함께 과학 실험을 진행했다.
차승은(1학년) 학생은 이 과정에서 파스칼의 원리와 베르누이 법칙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했다. 그는 "대학교에서 물리실험에 사용하는 실험 장치들을 이용해볼 수 있어 좋았다"고 했다.
그는 이 캠프에서 중학생 멘토를 담당하기도 했다. 차승은 학생은 "고교 과정에서 학습한 개념들을 대학 수준으로 심화 학습하고, 이를 중학생 수준에 맞춰 설명할 수 있게 고민하고 연습하는 부분이 쉽지만은 않았다"면서도 "궁금한 점을 적극적으로 함께 학습하면서 성공적으로 캠프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배경영(1학년) 학생은 물리를 선택해 공기대포 실험에 대해 배웠다. 고교생들이 실험 계획을 세우면 대학생 멘토들이 실험 원리인 '파스칼의 법칙'에 대해 설명해줬다. 배경영 학생은 "내가 잘 알아야 중학생 동생들에게 설명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집중이 더 잘 됐다"고 했다.
◆교육청도 관련 인프라 확대 추진
학교 현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도 이것을 하나로 묶어 효과를 극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해야 할 곳이 상위 기관. 대구시교육청도 창의융합 교육에 관심이 많다. 창의융합 사고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려고 내년에 관련 사업을 확대한다.
지금까지 창의융합 교육은 과학과 정보, 수학 교과 위주로 이뤄졌다. 시교육청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내년부터 인문과 예술 등 전 교과로 이 교육을 확대한다. 이를 위해 상상제작소 구축과 운영, 창의융합 교육 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내년에 올해보다 예산이 약 9억원 증액된 35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창의적 생각을 격려하고, 생각과 상상을 구체화할 수 있는 교육을 위해 약 22억원을 들여 30개 학교에 상상제작소를 새로 만든다. 이미 이 시설을 구축한 72개교에도 운영비를 지원한다.
또 15개교에 창의융합형 과학실험실을 만들기 위해 약 7억5천만원을 투입한다. 이 과학실험실은 실험에다 토의, 발표, 전시 등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다. 여기에다 약 1억원으로 2개 발명교육센터의 기자재를 보완, 메이커 교육의 거점으로 만든다.
약 4억2천만원을 들여 메이커 축제와 창의융합 축전도 연다. 상상제작소를 기반으로 메이커 문화를 확산하기 위한 시도다. 상상제작소는 다양한 공작도구로 생각한 물건을 실제 만드는 수업이 진행되는 공간이다. 메이커(Maker) 교육은 디지털 도구로 원하는 제품을 직접 설계, 제작하는 과정. 상상제작소와 메이커 교육은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인 셈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대건고가 2019년 대구경북중기청 지정 메이커 스페이스 학교로 선정되고 대구고, 상원중이 창업경진 대회에서 상을 받는 등 이같은 교육 방식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앞으로도 창의융합 교육 활성화에 필요한 인프라와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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