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한항공 '대구∼인천' 내항기 횡포는 노선중단 명분쌓기?

대구~인천 '환승전용 내항기', 대한항공 환승편 이용 강제 '논란'
대한항공, 9월부터 '단독발권 불가' 규정 변경…연결발권 대한항공 홈페이지서만 가능
타 항공사 연결편 막아 논란

대구 성서산업단지 기계부품업체 A사는 지난 10월 러시아 바이어 초청 행사 이후 바이어 유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국적기를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바이어들은 대한항공의 내항기로 환승해 대구까지 이동하려 했지만, 대한항공 측이 "단독 발권이 불가능하다"고 거부하면서 결국 고속버스를 타고 4시간이나 이동했던 것.

이후 A사는 또 다른 행사에 이들 바이어를 초청하려 했지만 "교통이 불편해 가기 어렵다"는 답변을 받아야 했다.

대한항공이 대구공항과 인천공항을 잇는 환승전용 내항기를 사실상 자사 국제선 이용객에 대해서만 발권할 수 있도록 지난 9월 규정을 바꿔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항공 국제편을 이용하지 않으면 대구-인천 간 내항기 환승이 불가능하도록 단독발권을 막은 것이다.

지금까지는 인천~해외 항공권이 있으면 대구~인천 내항기 탑승권도 구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대구~인천~해외를 한꺼번에 발권해야 한다.

문제는 현재 대구는 내항편 외에는 인천공항행 노선이 없는 상황이어서 이 같은 정책 변경이 사실상 대한항공 이용을 강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타항공사 연결편 경우 아예 운임 자체가 설정돼 있지 않아 항공권 구매가 불가능하다. 결국 편리하게 인천공항을 환승하기 위해서는 국제선까지 대한항공을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대한항공이 올 2월부터 하루 2편 운항하던 내항기를 1편으로 줄인 것도 모자라 내항기 이용 조건까지 옥죈데다, 지난해 7월 동대구역~인천공항 직통 KTX도 폐지되면서 대구와 인천공항을 잇는 길이 더 나빠졌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 국제선을 구매하지 않을 경우 KTX를 이용해 서울역이나 광명역 등에서 갈아타거나 고속버스 등을 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것.

일각에선 대한항공이 비용이 많이 드는 내항기 사업을 아예 접으려는 '작업'에 들어갔다는 의혹도 나온다.

지역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타사 환승편 이용을 막으면 이용률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노선 중단의 좋은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내항기를 국내선으로 오인해 발권을 시도하는 등 혼선이 잦았고, 뒤늦게 내항기만 발권하는 경우 수하물 처리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단독 발권을 제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환승전용 내항기=국제선 이용객들의 환승 편의를 위해 국제선 자격으로 운항하는 국내선 항공편. 대구공항에서 출국 수속을 밟고 짐을 부친 뒤 인천공항에 도착해 수속 없이 다른 비행기로 환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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