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당시 민주화 운동 대부 장기표 씨가 "박근혜에겐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이 한 명이지만 문재인에게는 최서원이 10명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돈 지금 그의 예언이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있다. '국정농단' '국기문란' '권력의 사유화'를 증명하는 게이트들이 쏟아지고 최서원 뺨치는 '문재인 정권의 최서원들'이 속출하고 있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 의혹과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중단은 국가 근간을 뒤흔드는 사건이다.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야당이라면 촛불을 드는 것을 넘어 대통령 탄핵에 나서고도 남았을 것이다.
주권자들이 자신들의 권리와 의사를 행사하고 표시하는 선거가 국가 공권력에 의해 파괴됐다. 비리 혐의가 명백한 공직자는 청와대 감찰을 무력화시킨 것을 넘어 승승장구했다. 문 대통령과 집권 세력이 주야장천 부르짖은 공정·정의가 조국 사태에 이어 또다시 시궁창으로 굴러 떨어졌다.
검찰 수사가 밝혀야 할 핵심은 두 사건에 등장하는 '뒷배'가 누구냐는 것이다. 김 전 시장에 대한 경찰의 '아니면 말고 식' 수사로 울산시장 선거 판세가 뒤집혔다. 당선된 송철호 울산시장은 문 대통령의 오랜 정치적 동지이자 사석에서 호형호제하는 절친이다. 자기 담당 업무가 아닌 데도 김 전 시장 관련 첩보를 가져와 경찰에 전달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행동대장' 백원우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었다. 송 시장 당선에 결정적 역할을 한 첩보의 생성·가공, 전달 그리고 경찰 수사 등에 누가 개입했는가를 규명해야 한다.
사의를 표명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유 전 부시장 감찰 중단 사건과 관련 "조국 민정수석이 주변에서 전화가 너무 많이 온다면서 지시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조 씨는 유 씨와 일면식이 없었고 처음엔 강하게 감찰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2인자'로 꼽히던 민정수석이 거부할 수 없는 누군가의 요구를 받고 감찰 중단을 지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 유 씨는 비리가 적발됐는데도 국회 수석전문위원, 부산시 부시장으로 영전한 것은 물론 감찰 이후에도 계속 금품을 받았다. 유 씨는 문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 부를 만큼 가까운 관계라고 한다. 그의 뒤를 봐준 뒷배가 누구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국민은 궁금하다.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고 들어선 문 정권의 농단과 적폐, 위선과 불의가 더 심하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입만 열면 공정과 정의를 외쳤던 정권이기에 국민의 실망이 더 크다. 적폐 청산을 앞세워 전·전전 정권 인사들을 줄줄이 처벌하면서 뒤로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선거 공작으로 의심받는 짓을 저지르고 자기편이라는 이유로 비리를 덮었다니 놀라울 뿐이다.
'맹자'에 연목구어(緣木求魚) 후필재앙(後必災殃)이란 말이 있다. 나무에 올라 고기를 잡는 것과 같은 무모한 일을 하면 후에 반드시 재앙을 받는다는 뜻이다.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과 청와대 감찰 중단에서 연목구어를 방불케 하는 턱도 없는 일들이 벌어졌고, 이제 정권을 뒤흔드는 재앙이 됐다.
'윤석열 검찰'이 칼을 뽑은 데다 정권이 레임덕 조짐을 보임에 따라 정권을 둘러싼 게이트들이 계속 터져 나올 개연성이 크다. 지금까지 나온 것은 빙산의 일각이란 말을 흘려들을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정 실패에다 조국 사태에 이은 게이트들에 "이건 나라냐" "2년 반 동안 잘한 게 하나도 없다"는 개탄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독서삼매경이다. 정말로 한 번도 보지 못한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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