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단독] 대구 태평로 미군 '47보급소' 이전할 수 있을까?

대구시·국방부·주한미군, 캠프워커로 이전 논의…관광객 유치 방안 구상
주민 재개발 사업 한창…인근 주민 민원도 잦아

대구 중구 태평로 3가 미군부대 보급창고.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 중구 태평로 3가 미군부대 보급창고.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구시와 주한미군은 73년간 미군이 사용 중인 중구 태평로3가 '47보급소'를 남구 캠프워커 내로 이전하고, 이곳을 복합문화시설 등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대구 중구 태평로 3가 미군부대 보급창고.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현재 '47보급소' 인근에는 대단위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는데다 추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등 빠르게 변화하고 있어 낡고 허름한 창고를 옮겨달라는 주민들의 민원이 잦았다.

4일 대구시에 따르면 미군이 시설을 옮기면 대구시는 국방부로부터 이 땅을 매입해 복합문화시설 등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근 대구예술발전소, 수창맨숀, DGB대구은행파크 등과 연계한 새로운 볼거리 마련을 통해 관광객 유입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기존 창고를 그대로 활용하는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국비 지원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전 논의는 필요성에만 공감대를 확인했을 뿐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구시와 국방부, 주한미국 측은 지난해 4월부터 보급창고 이전 문제를 논의해왔지만 1년 8개월이 지나도록 진척된 것은 없다. 지난달 27일에도 남구 캠프헨리에서 만나 '47보급소 반환 관련 한미실무대표 회의'를 열었지만, 이전 필요성과 입장차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특히 주한미군이 캠프워커 지상이 아닌 지하 창고 건립을 희망하고 있어 비용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상은 주차시설로 활용하고, 지하에 창고를 짓겠다는 계획이다. 미군 측은 이와 관련 2020년 방위비분담금안에서 예산지원을 신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예산을 받아도 한미 간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약 등 절차가 복잡해 착공까지 7~8년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창고시설이 캠프워커 기지와 멀어 미군도 불편함을 느끼는 것 같다"며 "대구시가 직접 시민세금을 들여 이전비용을 충당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국방부가 창고 부지를 대구시에 팔면 그 매도금으로 주한미군 창고 이전비용을 충당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 예산을 들여 이전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예산 사정상 불가능하다. 국방부에 토지 매도금을 활용해 이전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지 질의해 놓은 상황"이라며 "시가 결정할 권한도 없어서 개발은 아직 기약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구시와 주한미군 간 이전 협의를 중재하고 있는 국방부는 "국방부 차원에서 LPP 협정 및 부지매입비를 활용한 미군 창고 이전비용 충당이 가능한지 알아보고 있지만 정확한 비용산정 등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대구 중구 태평로 3가 미군부대 보급창고.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주한미군 47보급소=중구 태평로3가 200-41 일대 9천260㎡ 규모의 단층 창고건물 10여 개로 구성됐다. 대구시에 따르면 주한미군은 지난 1947년부터 국방부 소유인 이곳을 빌려 창고로 사용 중이다. 이곳에는 주로 주한미군 장병을 위한 침대 시트, 책상, 의자 등 가구와 생활용품 등이 보관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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