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거리로 내몰리는 철거민, 지원 대책 급하다

쪽방 거주민 등 주거 취약계층에게 올겨울 추위는 유난히 매섭고 혹독하다. 대구 원도심 주택정비사업이 본격화하면서 현 거주지에서 대책도 없이 내쫓기거나 적은 이주보상비만 손에 쥔 채 새 거처를 찾느라 동분서주하는 주거빈곤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최근 몇 년 새 대구 도심을 중심으로 활발해진 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빚어낸 결과다.

대구쪽방상담소에 따르면 최근 2년간 대구 지역 재건축·재개발로 철거된 쪽방 건물은 모두 22채다. 개별 방 수로 따지면 모두 270여 개 수준으로 쪽방 철거가 진행되면서 어쩔 수 없이 떠난 철거민도 대략 수백 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다. 동구 신암동과 중구 북성로·태평로 일대, 서구 원대동 일대 등이 현재 대규모 주택정비사업이 한창 벌어지고 있는 곳이다.

문제는 갑작스레 이주 통보를 받은 상당수 주거 취약계층이 최소한의 보상도 받지 못한 채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큰 고통을 받고 살아온 이들에게 또 다른 시련이 닥친 것이다. 누구 하나 이들을 배려하거나 지원하는 곳도 없다. 무작정 길거리로 내몰리면서 양극화의 문제점을 더욱 심화시키며 사회 문제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을 통해 전해지는 철거민들의 사정은 매우 딱하다. 새 거처를 마련할 형편이 안 되는 대다수 철거민들은 노숙 생활자가 되거나 20만~30만원에 이르는 월세 부담에도 주변의 모텔방을 거처로 정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일자리와 소득이 거의 없는 철거민들에게 대규모 도시정비사업은 악몽이나 마찬가지다.

어렵게 새 거처를 마련하더라도 집 걱정이 끝나는 게 아니다. 쪽방 생활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주거 환경에서 어려운 일상을 이어가야 하는 데다 20만원이 채 안 되는 주거급여로는 월세를 감당하기조차 힘들다. 주거비 부담을 조금이나마 줄이려고 다른 사람과 좁은 방을 나눠 쓰는 등 이들의 어깨는 갈수록 무거워지고 있다.

더는 우리 사회가 이들의 아픔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주체는 물론 대구시가 적극 나서야 한다. 예산 편성 등 철거민의 주거 부담을 낮춰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거리로 내몰리는 주거 빈곤층이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는 점에서 대구시가 적극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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