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이하 대경경자청)이 최근 잇따른 수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내년 개청 12주년을 앞두고 대경경자청의 도약을 이끌고 있는 이인선 대경경자청장을 만나 올해 성과, 대구경북의 투자유치 환경 및 대경경자청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 합작투자·기업지원에 초점
대경경자청은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 성과평가에서 최고점수인 S등급을 획득한 데 이어 미국 투자전문지 '사이트 셀렉션' 11월호에서 2019 아시아태평양지역 최고의 경제자유구역에 2년 연속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인선 청장은 이에 대해 "지난해 산업부의 제2차 경제자유구역 기본계획과 중앙정부의 혁신성장전략에 발맞춰 대경경자청이 선제적인 '중장기 발전전략'을 수립한 점은 다른 경제자유구역청과 차별화되는 행보였고 이것이 통했다"고 설명했다.
이 청장은 이어 "지난해 3월 단행한 조직 개편이 기관 변화의 출발점이었다. 대구와 경북을 지역별로 구분해 온 기존 조직을 개발·유치를 통합한 유기적 조직으로 재편했다. 이 덕분에 구성원 간 긴밀한 협의나 빠른 의사 결정 등 업무 추진 효율성을 높이고 수요자 중심의 효율적인 조직으로 변모시킬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또 구체적인 기업 투자유치 전략에 있어서는 합작투자에 중점을 둔 것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합작투자는 국내 법이나 절차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기업이 국내 기업과 합작으로 시장에 쉽게 진출하도록 돕고, 사업 위험 또한 줄여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일례로 대경경자청은 올해 1월 미국 CES(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매년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에 참가한 자동차부품업체 태강스틸과 미국 앨라배마주 오펠라이카 시에 있는 미국 카텍사를 연결시켜 줬다. 두 회사는 영천에 800만 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신설하고 신규 설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 청장은 "이 건은 대경경자청이 지난해 4월 오펠라이카 시를 방문해 한국 투자가 가능한 미국 기업을 물색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우리 지역 기업과 연결시키기 위해 영천과 오펠라이카 시를 오가면서 태강스틸과 카텍사를 발굴, 서로 연결시켜 합작투자를 이끌어 낸 사례"라고 설명했다.
기업 유치뿐 아니라 경제자유구역 내 입주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경영전략도 성과를 거뒀다. 이 청장부터 스스로 현장을 누비며 입주기업들과 소통하고,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이 청장은 "지난 6월 지역 식품기업과 일본 회사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새벽부터 당일치기 일본 출장에 나섰다가 대상포진에 걸려 한동안 고생했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청장이 직접 수출 계약을 지원했던 이 기업은 지난달 일본에 14만5천달러 상당의 전통 잡채와 미역국 제품을 수출했고, 최근 태국과 대만에도 수출 길이 열렸다.
◆대구경북 경쟁력 여전, 산업구조 바꿔야
이 청장은 대구경북의 산업환경에 대해 여전히 경쟁력이 있지만 신산업 육성에 힘써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경제 및 투자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지역 주력산업이 침체를 맞이하는 등 어려움이 크지만 대구경북의 제조업 경쟁력은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신산업 발굴전략이 시급하며,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이 산업구조 개편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청장은 "역사적으로 국내 제조업의 중심이었던 대구경북의 산업환경은 대한민국 산업구조의 변화를 그대로 닮았다. 1970년대 섬유와 철강, 1980년대 전자, 1990년대 자동차, 2000년대 휴대폰산업 등으로 변신을 거듭해왔다. 현재도 세계 최대 IT단지와 자동차 산업단지가 포진해 있고 지역 내 총생산에서 제조업 비중이 37.7%, 제조업 종사자 비중은 24.7%로 전국 평균보다 높다"고 덧붙였다.
이 청장은 "대구경북은 인적 자원도 풍부하다. 영남대의 기계·금속, 경북대·금오공대의 전자, 계명대의 자동차 분야 등 지역 51개 대학에서 매년 배출되는 이공계 인력 1만 7천여명이 지역 기업의 든든한 인재 공급원이 되고 있다. 또 입주기업들이 DGIST·포스텍·한국뇌연구원 등 다수의 국책기관, 지역 연구기관 등과 함께 업종별로 협업할 수 있는 연구개발 인프라가 갖춰져 있다는 것도 매력적인 환경"이라고 했다.
이 청장은 다만 대구경북 주력산업의 위기에 대응해 신산업을 서둘러 육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대구경북 주력산업들이 줄줄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점은 큰 문제다. 대구의 섬유, 구미의 전자, 포항의 철강 등을 대체할 새로운 신산업 발굴이 시급하다. 대경경자청은 대구의 테크노폴리스는 로봇·지능형 자동차, 경산은 패션테크·메디컬소재, 영천은 스마트 팩토리, 그리고 포항은 바이오·신소재 등의 신산업 발굴로 지구별 특성화를 추진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20년 대경경자청과 이인선은?
대경경자청의 내년 사업은 포항융합산업지구와 영천하이테크파크지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청장은 "우선 지난 7일 단지 기공식을 가진 포항융합산업지구에 대한 보상 프로젝트를 100% 완료하고, 포항융합지구내 자족도시인 '펜타시티'에 대한 분양을 내년 상반기 중으로 준비한다. 포항지식산업센터, 국가세포단백질연구소, 차세대 그린백신상용화 실증지원센터, 환동해지역본부 청사 등이 모두 입주하면 교통, 산업, 주거 기능이 모두 갖춰진 신도시가 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오는 12일 단지 사업착수식이 예정된 영천하이테크파크지구에서도 사업이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 곳은 스마트 모빌리티 부품산업과 자동차, 항공 인테리어부품산업을 연결하는 '스마트 링크 산업'을 주축으로 영천의 대표적인 산업단지로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이 청장은 임기 만료가 내년 7월 31일이다. 이와 관련해 세간에서 떠도는 총선 출마설에 대해서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는 고사성어로 답을 대신했다.
그는 "학자로서 석·박사과정 학생들과 함께 연구실에서 일할 때의 행복도 컸지만 지난 총선 이후 학교에 돌아가서 보니 연구실을 너무 오래 떠나 있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르치던 학생들 역시 모두 졸업해 자기 꿈을 펼치고 있다"면서도 "출마 문제는 지역 여론이 가장 중요하고 중앙당과도 소통해야 할 문제라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금까지 어떤 자리에 가든 주인처럼 행하면 있는 곳곳이 참되고 진실하다는 '수처작주 입처개진'의 자세로 임했고, 출마 문제도 마찬가지로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경북 경제부지사 퇴임 시 제 별명이 '1925'였다. 투자유치 19조원, 일자리 창출 25만명을 빗대어 주변에서 지어준 애칭이다. 저는 일을 즐기는 사람이고 그 보람에 살아 있음을 느끼는 사람이다. 앞으로 기회가 주어진다면 지역 경제, 여성 지위, 보훈복지 등 3가지 분야에서 대구경북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목소리를 내는 밀알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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