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교차로' 모바일·포털에 떠밀려 27년 만에 폐간

지역 대표 생활정보신문 '교차로' 10일 홈피에 폐간 소식 전해
정병양 교차로 대표 "시대적 소명 다해…4차산업혁명에 걸맞는 비지니스모델 구상"

생활정보신문 대구교차로가 발행 27년 만에 신문 제작을 중단했다. 8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교차로 사옥 앞에 설치된 무료 배부함이 텅비어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il.com
생활정보신문 대구교차로가 발행 27년 만에 신문 제작을 중단했다. 8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교차로 사옥 앞에 설치된 무료 배부함이 텅비어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il.com

지역을 대표하는 생활정보신문 대구교차로가 인터넷 홈페이지에 '발행 27년 만에 신문 제작을 중단한다'는 공고문을 게재하는 등 생활정보지가 사라지고 있다. 광고 및 정보시장이 대형 포털사이트 및 모바일 체제로 빠르게 개편되면서 한 때 골목 구석구석까지 파고들며 맹활약했던 생활정보지가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

10일 대구교차로는 홈페이지(www.catchall.co.kr)를 통해 "지금까지 보내주신 아낌없는 사랑과 성원에 감사하다"라며 "궁금한 사항은 콜센터와 담당자에게 연락을 주면 마지막까지 돕겠다"고 폐간 소식을 전했다.

1992년 문을 연 대구교차로는 출범하자마자 시민들에게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빠르게 시장 점유율을 늘려갔다. 특히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중고 매물 광고 등을 통해 급성장하면서 당시 법정관리에 들어간 지역 한 일간지 인수 의사를 밝힐 정도로 몸집을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30년 가까이 독자들의 소식을 전하던 교차로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잡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구익·구직과 부동산 등 모든 정보·광고시장이 모바일로 빠르게 개편되면서 더이상 설자리를 잃게된 것이다.

2000년대 들어 생활정보신문들도 모바일을 통한 정보전달 방식을 시도하긴 했지만, 대형 포털사이트의 힘에 떠밀려 이마저도 쉽지가 않았다.

1995년 대구시와 8개 구·군에 등록한 '정보간행물'은 모두 9개로, 이 가운데 7개가 2009년부터 지난해 사이 사라졌다. 현재 2곳 만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사라진 생활정보신문들은 짧게는 6개월에서 길면 7년 정도 운영되다 재정난 등으로 문을 닫았다. 한 때 길만 나서면 발에 차일 정도로 넘쳐났던 길가의 생활정보신문 거치대들도 종적을 감췄다.

이런 변화에 대해 일부 시민들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A(67)씨는 "나이가 있다보니 핸드폰으로 일자리를 구하는 게 익숙치 않다. 생활정보지에 난 광고를 보고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허드렛일이라도 구했는데 이젠 어떻게 해야할지 답답하다"고 했다.

생활정보신문업계는 변화의 분위기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역 생활정보신문 시장은 10년 전부터 본격적인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직원 월급과 퇴직금마저 걱정할 처지까지 내몰렸다"면서 "지금 남아있는 곳들도 배부차량과 인력, 인쇄비 등 매달 수억원이 드는 고비용 구조를 더이상 감당할 여력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병양 대구교차로 대표는 "젊은 시절을 함께한 교차로를 폐간하게 돼 착잡하다"며 "기술환경 변화에 따라 생활정보신문이 시대적 소명을 다하고 자연소멸한 것으로 보고,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비지니스를 시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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