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영호의 새콤달콤 과학 레시피] 올해 노벨과학상과 이그노벨상 수상작

리튬이온전지는 휴대폰이나 자동차충전등에 광범위하게 이용된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리튬이온전지는 휴대폰이나 자동차충전등에 광범위하게 이용된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과학계의 가장 큰 이벤트는 단연코 노벨상 수상이다. 12월 10일, 노벨상 수상일을 즈음하여 올해는 어떤 연구를 한 과학자들이 상을 받았는지 살펴보자. 이 대단한 상을 받은 과학자들의 연구가 내 삶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의미있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엉뚱한 연구를 한 과학자들만 골라 상을 주는 이그노벨상. 올해는 어떤 사람들이 이그노벨상을 수상했는지도 알아보자.

◆노벨 화학상

주말 오후 카페에 앉아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자니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과학자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온다. 바로 노트북이나 휴대폰 등 휴대 전자기기를 쓸 수 있도록 리튬이온 배터리를 발명한 과학자 세 명이 올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주립대 스텐리 휘팅엄 교수와 미국 텍사스대 존 굿이너프 교수 및 일본 메이조대 요시노 아키라 교수가 이 상을 공동 수상했다.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리튬이온전지가 가볍고 재충전할 수 있으며 성능이 우수해서 요즘 휴대폰을 비롯하여 노트북과 전기자동차 등에 광범위하게 이용되고 있고, 또한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 발전으로부터 얻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도 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리튬이온전지는 휴대폰이나 자동차충전등에 광범위하게 이용된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리튬이온전지는 휴대폰이나 자동차충전등에 광범위하게 이용된다.게티이미지뱅크 제공

휘팅엄 교수가 처음으로 리튬이온 배터리를 1970년에 고안했으며 그 이후 금속 리튬으로 음극을 만들고 이황화티타늄으로 양극을 만들어서 2볼트 전압을 얻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해서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들어 쓸 수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줬다. 이 연구에 이어서 굿이너프 교수는 1980년에 이황화티타늄과 같은 금속 황화물 대신에 리튬이온을 삽입한 코발트 산화물을 사용해서 기존보다 두 배나 높은 4볼트 전압을 얻었다. 이렇게 강력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요시노 교수가 1985년에 상업적인 배터리로 개발해서 제품화했다. 이와 같은 연구개발 덕분에 요즘 우리는 다양한 기기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잘 쓰고 있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세포가 산소 농도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가는지를 밝혀낸 과학자들에게 주어진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세포가 산소 농도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가는지를 밝혀낸 과학자들에게 주어진다.

◆노벨 생리의학상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매순간 숨을 쉬어야 한다. 이렇게 숨을 통해 들어온 산소는 우리 몸의 세포로 전달되어 우리가 먹은 음식물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는 데에 중요하게 사용된다. 이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면 병이 생길 수 있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세포가 산소 농도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가는지를 밝혀낸 과학자들에게 주어졌다. 이들은 미국 존스홉킨스대 그레그 세멘자 교수와 영국 옥스퍼드대 피터 랫클리프 교수 및 미국 하버드대 윌리엄 카일 교수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세포가 산소 농도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가는지를 밝혀낸 과학자들에게 주어진다.
노벨 생리의학상은 세포가 산소 농도의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가는지를 밝혀낸 과학자들에게 주어진다.

세멘자 교수는 처음으로 세포가 산소 결핍 환경에서 특정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 유전자를 히프원(HIF-1) 유전자라고 불렀다. 이렇게 해서 히프원 유전자의 존재가 드러났다. 이후 랫클리프 교수는 적혈구생성조절인자(EPO)가 히프원 유전자를 활성화하는 데 관여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카일 교수는 본히펠린다운 증후군이라는 유전병을 연구하다가 VHL 유전자가 저산소증의 반응 조절에 관여한다는 것을 밝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노벨위원회는 이 과학자들이 세포가 산소 농도 변화에 어떻게 적응하는지 밝혀내서 이것을 빈혈이나 암을 치료하는 데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수상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물리 우주론의 이론적 발전과 태양형 항성을 공전하는 태양계외 행성 발견의 공로을 인정받아 미국 프린스턴대의 제임스 피블스 교수와 스위스 제네바대의 미셸 마요르 교수 및 디디에 켈로 교수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물리 우주론의 이론적 발전과 태양형 항성을 공전하는 태양계외 행성 발견의 공로을 인정받아 미국 프린스턴대의 제임스 피블스 교수와 스위스 제네바대의 미셸 마요르 교수 및 디디에 켈로 교수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노벨 물리학상

물리 우주론의 이론적 발전과 태양형 항성을 공전하는 태양계외 행성 발견의 공로을 인정받아 미국 프린스턴대의 제임스 피블스 교수와 스위스 제네바대의 미셸 마요르 교수 및 디디에 켈로 교수가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피블스 교수는 물리 우주론 분야에서 1960년대부터 이론 연구를 통해서 우주론의 패러다임 전환에 기여했다. 그리고 마요르 교수와 켈로 교수는 1995년에 최초로 태양과 같은 항성을 공전하는 외계 행성을 발견했다. 이로인해 기존의 행성계 이론이 수정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천문학자들이 많은 외계 행성들을 발견하고 있다.

[{IMG06}][{IMG06}]

◆노벨과학상 종합분석

1901년에서 2018년까지 노벨상 중 과학분야 수상자를 조사하여 한국연구재단에서 '노벨과학상 종합분석 보고서'를 2019년 10월에 발간했다.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총 607명인데 이 중에 물리학상이 210명, 화학상이 181명, 생리의학상은 216명이다. 국가별로는 미국 267명(43%), 영국 88명(14%), 독일 70명(11%), 일본 23명(4%), 중국 3명(0.5%) 등이다. 그리고 수상자 소속 기관별로는 미국 하버드대학(22명), 미국 스텐포드대학(19명),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19명), 미국 칼텍대학(18명), MIT(15명) 등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노벨상을 받을까? 라는 궁금증을 풀어줄 수상자의 일생을 재구성한 내용도 들어있다.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30세가 되기 전에 박사학위를 받고 차별화된 혁신적인 연구를 시작한다. 그리고 42세 정도에 노벨상을 받을 만한 논문을 완성하고 이후 10년이 지났을 때에 '프리 노벨상'이라는 별명을 가진 울프상이나 래스커상을 받는다. 그리고 마침내 50대 후반에 노벨상을 수상한다.

◆이그노벨상

그저 장난같은 괴짜 연구를 한 과학자를 찾아 이그노벨상을 준다. 그러나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시상식을 하며 진짜 노벨상 수상자가 나와서 시상을 하는 것을 보면 웃고 넘길 장난만은 아닌 것 같다. 올해는 어떤 괴상한 연구를 한 사람들이 상을 받았을까?

이탈리아에서 만든 피자가 질병과 죽음을 예방할 수 있다는 증거를 수집한 이탈리아의 실바노 갈루스가 의학상을 받았다. 그리고 프랑스의 우체부가 옷을 입었을 때와 벗었을 때 양쪽 고환 온도 변화가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 프랑스의 과학자 두 명이 해부학상을 받았다. 또한 어느 나라의 지폐가 위험한 박테리아를 가장 잘 옮기는지에 대해 연구한 터키, 네덜란드, 독일의 하빕 데딕 공동연구팀이 경제학상을 받았다. 이들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루마니아 레아와 미국 달러가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리튬이온전지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 노벨화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요시노 아키라 아사히카세이㈜ 명예 펠로가 10월 31일(현지시간) 오후 도쿄 히비야미쓰이타워에 있는 아사히카세이 본사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리튬이온전지 개발에 기여한 공로로 올해 노벨화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요시노 아키라 아사히카세이㈜ 명예 펠로가 10월 31일(현지시간) 오후 도쿄 히비야미쓰이타워에 있는 아사히카세이 본사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요시노 교수는 노벨위원회와의 인터뷰에서 '호기심이 연구의 주된 원동력'이 되었다고 말했다. 흔히 과학연구에서 중요하다고 말하는 창의성은 바로 이 호기심에서 시작된다. 이러한 호기심이 무럭무럭 자라서 노벨상을 받는 연구결과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이그노벨상을 받는 연구결과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호기심이 우리 주변에 더 많아져서 더욱 재밌고 행복한 세상이 되면 좋겠다.

김영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책임연구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