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 지구물리학회(AGU)에서 포항지진의 이유 보다 명확히 해…전세계 학자들 지열발전에 의한 촉발지진에 공감

아서 맥가 박사 자연지진 주장에 학자들 과학적 근거 부족하다며 잇따라 반박

9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막을 올린 AGU국제학회에서 아서 맥가 미국지질조사국 박사가 포항지진을 자연지진이라고 주장하자, 학자들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반박했다. 박승혁 기자
9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막을 올린 AGU국제학회에서 아서 맥가 미국지질조사국 박사가 포항지진을 자연지진이라고 주장하자, 학자들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반박했다. 박승혁 기자

"포항지진이 자연지진이라고?"

9~12일 샌프란시스코 모스콘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 지구물리학회(AGU) 국제학회에서 첫날 아서 맥가 미국지질조사국 박사가 포항지진을 자연지진이라고 주장하자, 전세계 지질학자들의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포항지진을 촉발지진이라고 밝혀낸 정부조사단 소속 해외자문단으로 활동한 학자들은 빈약한 과학데이터로 책임없는 발언을 하고 있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맥가 박사는 경주지진과 동일하게 양성단층대 주변에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포항지진을 자연지진으로 봤다. 이어 물 주입 이후 50일 후 지진이 발생했고, 지열발전을 위한 물주입량에 비해 상당히 큰 규모(5.4)의 지진이라는 점에서 자연지진을 의심했다. 포항지열발전을 운영한 넥스지오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학자들은 지열발전 부지에 대한 조사를 제외한 연구결과여서 타당성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강근 전 정부조사단장은 "지열발전 부지에 대한 정부 조사내용은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데, 맥가 박사는 이런 과정 없이 자연지진을 주장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자는 "과학적 근거를 들지 않고 이를 결론내는 것 자체가 의문스럽다"며 "이곳에 모인 대부분의 학자가 포항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날 국제학회에서 전세계 학자들은 포항지진은 촉발지진임에 인식을 공유하면서 촉발지진을 만든 원인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데 주력했다.

도메니코 지아디니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교수는 "포항지진의 원인을 밝힌 정부조사단에 소속된 해외자문단의 견해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것은 이번 학회가 처음이고, 촉발지진임을 확신한다"고 했다.

존 타운엔드 뉴질랜드 빅토리아 대학 교수는 전 세계 지열발전 부지 지하의 응력상태에 대한 연구를 통해 물주입에 의한 유발지진을 비롯해 포항지진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불안정한 단층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포항지진을 촉발지진으로 봤다.

시마모토 도시히코 일본교토대 이학연구대학원 명예교수는 포항지진을 유발한 단층대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며 포항지열발전 관계자들이 단층대를 알면서도 유발지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점을 지적했다.

이들이 제대로 관리만 했다면 포항지진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포항지진은 앞으로 지열발전과정에 있어 중요한 교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11.15포항지진지열발전공동연구단 정상모 단장은 "전 세계 지질학자들에게 포항지진을 촉발지진이라고 다시 한 번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여러 과학적 근거와 연구를 통해 포항지진의 위험성과 교훈을 알리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한편 1962년 설립된 AGU는 전 세계 6만여 명의 정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지구과학과 우주과학 전 분야(대기, 해양, 지질, 환경, 우주)를 포괄하는 학술단체로 가장 인지도가 높은 학회 중 하나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120여 개국 2만7천여 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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