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한국 진보가 정신적·도덕적으로 파탄 났다는 진보학자의 질타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9일 지금 우리 정치 상황을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이며 "위기의 본질은 한국 진보의 정신적·도덕적 파탄"이라고 규정했다. 문재인 정권, 더 구체적으로는 문 정권의 주축인 '386 민주화 운동권 세력'의 정체를 국민들에게 분명히 알리는 노학자의 양심의 소리이다. 최 교수가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학자로 꼽힌다는 점에서 이런 '진보 비판'의 울림은 깊고도 넓다. '진영'을 초월해 객관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최 교수의 비판 하나하나가 귀담아 들어야 할 가치가 있지만, 특히 적확(的確)한 것은 386 운동권 세력이 '스스로 민주주의자로 여기는 민주주의 적대자'가 됐다는 진단이다. 그는 "(민주화를)직접 만들어왔다는 사람들이 정치 계급이 되어 한국 정치를 주도하게 될 때 이런 상황이 왔다"며 "(이들이)스스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를 만들어내는 주역이 됐다는 것은 패러독스"라고 했다.

이런 비판을 증명하는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조국 일가의 비리와 '울산시장 선거 공작'을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집요한 공격이 대표적이다. 그 연장선 상에서 나온 공수처 설치 기획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정치'의 더 노골적인 행태다. 범(汎)여권에 유리하게 선거제도를 바꾸려는 기획도 마찬가지다. 장기 집권을 위한 '선거독재'의 제도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최 교수는 진보·좌파의 민주주의관(觀)의 위험성도 경고했다. 진보·좌파는 "다수로 표현된 인민의 의사를 전체 사회의 일반 의사·의지로 이해한다"며 "이런 틀에서 이해되는 민주주의는 전체주의와 동일한 정치체제"라는 것이다. 조국 사태 때 조국이 검찰을 겨냥한 대규모 비난 집회에 대해 "검찰 개혁이란 시대적 과제, 역사적 대의를 위해 모이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한 것은 이를 잘 입증한다.

최 교수의 비판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결론은 민주주의의 발전과 관련해 현 집권 세력에 기대할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은 무엇을 해야 할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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