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쥬만지:넥스트 레벨', 코믹한 장면과 뛰어난 CG… '식상한 반복' 한계도

등장인물 추가하고 새로운 지도 추가, 게임 특징 강화해 역동적 전개… 게임 속 익숙한 설정 반복은 흠

영화 '쥬만지:넥스트 레벨' 스틸컷
영화 '쥬만지:넥스트 레벨' 스틸컷

1995년 개봉된 '쥬만지' 1편은 상상 속의 모험을 놀라운 비주얼로 보여준 영화였다.

코끼리와 사자, 원숭이 등 게임 속의 동물들이 주택가에 나타나 아수라장을 만든다는 발상이 신선했고, 무엇보다 동네를 배회하는 정글 속 동물들을 CG로 그려내 엄청난 이슈를 끌어냈다.

'쥬만지'의 영화화는 CG가 생명이었다. 그러나 놀라운 제작 기술의 발전에도 속편 제작에는 22년이라는 긴 시간이 필요했다. 2015년 배급사인 소니픽처스가 속편 제작을 발표하면서 드디어 2017년 '쥬만지:새로운 세계'가 선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 주 세 번째 속편인 '쥬만지:넥스트 레벨'(감독 제이크 캐스단)이 개봉했다.

2편에서 완전히 망가진 게임기 속으로 사라진 스펜서를 찾아 떠난 아이들이 미지의 세계를 탈출하기 위해 위험한 미션을 수행하는 것이 3편의 줄거리다.

2편의 배경이 정글에 한정됐다면 3편에서는 정글과 사막, 설산 등 새로운 지도가 추가돼 훨씬 다채로운 모험을 즐길 수 있다. 사막을 달리는 타조 떼와 오아시스 마을에서의 액션, 원숭이 떼의 습격 등 스케일이 한층 커졌다.

등장인물도 할아버지 2명이 추가됐다. 스펜서의 할아버지 에디(대니 드 비토 분)와 그의 오랜 친구이자 원수지간인 마일로(대니 글러버 분)다. 전혀 게임의 규칙을 알지 못하는 두 캐릭터가 가세하면서 스토리가 풍성해졌다.

영화 '쥬만지:넥스트 레벨' 스틸컷
영화 '쥬만지:넥스트 레벨' 스틸컷

1편이 아날로그 게임이라면 2편과 3편은 디지털 게임이다. 현실 세계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전편과 달리 속편 들은 게임 속 판타지 세상을 펼쳐낸다. 등장인물의 목숨도 3개나 돼 죽어도 새롭게 복귀가 가능하다. 이 설정은 긴장감은 줄어들지만, 모험을 훨씬 역동적으로 펼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인물과 게임 속 캐릭터가 다른 것도 1편과 차이점이다. 1편에서 1969년 게임 속으로 사라진 소년이 1995년 성장한 모습(로빈 윌리엄스 분)으로 게임 속에 갇혀 있었지만, 2,3편은 모두 게임 속 캐릭터로 교체된다.

근육질의 닥터 브레이브스톤(드웨인 존슨 분), 저질 체력의 동물학자 무스 핀바(케빈 하트), 배 뚱뚱이 지도 연구학 교수 셸리 오베론(잭 블랙 분), 무술의 달인 여전사 루비 라운드하우스(카렌 길런 분) 등이 게임 속 아바타들이다.

이들 아바타가 경우에 따라 다른 인물로 바뀌면서 왁자지껄한 웃음을 주기도 한다. 드웨인 존슨이 대니 드 비토 식 따발총 말장난을 이어가고, 여전사 루비와 뚱보 셸리의 아바타가 서로 바뀌는 등 좌충우돌식 코믹한 장면들도 연출된다.

'쥬만지:넥스트 레벨'은 새로운 캐릭터와 업그레이드 된 게임 세계를 통해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겠다며 만들어진 어드벤처물이다.

그러나 눈요기 외에는 게임 미션이 무한 반복되다 보니 식상해진다. 보디 체인지도 웃음에 포인트를 주기에는 구식이고, 아바타와 실제 인물의 괴리도 더 이상 신선하지 않다. 거대한 몸매의 드웨인 존슨이 키 작은 대니 드 비토를 흉내 내는 것도 흉물스러워 보인다.

'쥬만지' 시리즈는 신선하지만 또한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다. 게임 속 설정이라는 기발함이 레벨 업이 된다고 결코 새로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긴장감은 떨어지고, 볼거리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어설픈 슬랩스틱 코미디에 등장인물들의 끊임없는 말장난 등으로 그 간극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다.

모험을 통해 주인공들이 더욱 친해진다는 메시지도 오지 체험을 하며 협동하는 TV 프로그램으로 익숙한 소재가 아닌가.

그렇게 보면 성인이 되어 게임에 갇힌 주인공이 게임 속 동물을 돌려보내고 집으로 가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1편이 훨씬 세련되고 긴장감 넘치는 모험물이었다.

'쥬만지:넥스트 레벨'은 그 오랜 세월 묵혀둔 속편의 그리움은 사라지고, 오히려 로빈 윌리엄스(2014년 사망)에 대한 그리움만 더 하게 하는 속편이다.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영화 '쥬만지:넥스트 레벨' 스틸컷
영화 '쥬만지:넥스트 레벨' 스틸컷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