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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강의 생각의 숲] 우리 시대의 유리천장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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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천장이라는 말이 있다. '능력과 자격이 충분한데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외국인이거나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고위직을 맡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는 의미를 가진 생소한 이 단어는 1970년대 미국의 한 경제 일간지에서 처음 사용했다. 보이지만 갈 수 없고, 보이지 않지만 분명 막혀 있는 유리천장 앞에서 참 많은 사람들이 쓴맛을 봤을 것이다. '이것이 인생이야'라고 자조도 했을 것이다. 우리에게 유리천장은 주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직장에서 고위직에 가지 못하는 불합리함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하지만 과연 유리천장이 여성에게만 적용되는 말일까?

작가 이문열 씨는 '선택'이라는 소설을 통해 현대 여성에게 현모양처를 강요했다. 이런 불합리함은 시대를 제대로 보지 못한 강요다. 더욱이 조선시대에 꼭 여성이 현모양처로만 살았어야 했나? 그것이 과연 모든 여성에게 적용됐어야 했는가?라는 문제제기도 없이 여성의 삶은 오로지 가족을 위해 희생해야 제대로 된 삶인 것처럼 왜곡했다. 남존여비의 사회가 만들어낸 유리천장을 지금 시대에 적용시킨 예다.

젊은이들에게 유리천장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이어진다. 면허취소 수준의 음주운전을 하고 교통사고까지 냈는데도 귀가 조치를 하고, 수십억원의 신종 마약을 밀반입했는데도 어리다는 핑계로 집행유예를 받았다는 뉴스 뒤에는 국회의원이 있었고 상류층인 그들의 부모가 서 있었다. 만약 지극히 평범한 가정의 자식들이었다면 법의 판결은 어땠을까? '금수저 흙수저'라는 말도 거기에서 출발한다.

우리 시대의 유리천장은 불합리하고 박탈감에 빠지도록 강요한 사회 그 자체다. 정의니 평등이니 자유니 하는 말들이 교과서에서만 존재하는 말처럼 박제되고 돈과 권력이라는 새로운 계급관계 속에서 보이지 않는 유리천장에 부딪혀 추락하는 사회, 버드세이버 같은 장치 하나로 유리천장을 극복했다는 정치인들의 입바른 소리가 아니라 진짜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한 사회가 돼야 한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유리천장에 가로막혀 눈물 흘리는 하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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