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을 앞두고 인적 쇄신 바람이 대구경북(TK)을 강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안팎에서 물갈이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TK 한국당 의원들은 '물갈이 소용돌이'에 포함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지역구 의원 30%를 공천 배제(컷오프)하는 것을 포함해 현역 의원 50%를 물갈이한다고 밝힌 상태다. 현재의 한국당 TK 현역 의원 수에 단순 대입하면 전체 19명 중 최소한 6명은 컷오프로 탈락하고 10명은 공천에서 물갈이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3선 이상, 고령자, 탈당 전력, 지난 지방선거 성적 등을 반영한 구체적인 물갈이 대상 의원 실명이 거론되는 '살생부'도 나돈다. TK 친박 의원들이 불출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병준 전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20대 공천 파동의 수혜를 입은 TK 의원들은 차기 총선 불출마에 앞장서라"며 TK 친박 의원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TK 한국당 현역 의원들은 인적 쇄신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3선의 김세연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고 김병준 전 위원장이 TK 출마 의사를 접는 등 한국당 인사들이 인적 쇄신에 동참하고 있지만 TK 의원들 가운데 내년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는 한 명도 없다. 세대 교체 요구에 대해 TK 의원들이 '강 건너 불구경'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매일신문이 한국당 TK 의원들을 대상으로 인적 쇄신과 관련해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한 전수조사를 한 결과, TK 의원 전원이 총선 재도전 의사를 나타냈다. 이들은 총선 재도전과 관련해 지역구 발전을 이유로 꼽았으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지역 현안에 "본인이 없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하면서 인적 쇄신 요구에 귀를 닫았다.
인적 쇄신에 대해 현역 의원과 정치 신인,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극명하게 갈린다. 현역 의원들은 선거 때마다 TK에서 대규모 물갈이가 이뤄져 정치적 위상이 위축됐고 예산과 인사 등에서는 홀대를 받았다면서 반대한다. 반면 정치 신인들과 지역민들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 새로운 인물이 새로운 정치를 이끌어야 한다면서 물갈이에 찬성한다. 정치 신인들이 도전하려고 해도 인지도에서 현역 의원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지역의 많은 정치 신인들이 한국당에 "제발 경선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1대 총선 예비후보 등록일이 다가오고 있다. 출마 예정자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지면서 본격적으로 총선 국면이 시작된다. 20대 국회는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듣고 있다. '동물국회' 등 온갖 부끄러운 기록을 남긴 정치권이 지역민에게 속죄하는 방법은 지역을 잘 알고 전문성이 있는 정치 신인들에게 정치 참여의 기회를 최대한 많이 주는 것이다.
한국당의 텃밭이라는 TK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국당의 공천 물갈이가 단순히 숫자 늘리기에 그쳐서는 안 된다. 20대 총선 당시 TK에서 물갈이가 상당수 이뤄졌지만 지역민들이 원하는 정치 발전은 요원한 상황이다.
한국당은 공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진박 공천' '옥새 파동'으로 참패한 탓이다. 한국당이 이번 공천에서도 기득권을 챙기고 계파에 매몰된다면 정치 혐오에 빠진 지역민들로부터 또다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지역민들은 지역 발전을 위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정치 신인들이 드물다고 우려한다. 한국당이 투명하고 공정한 공천을 통해 능력 있고 참신한 젊은 정치 신인을 발굴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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