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당신의 노후 준비, 안녕하십니까?"

2019 사회조사, 한국인 노후 준비와 노후의 삶에 대한 기대 간 '부조화 심각'

2019 사회조사 결과, 우리나라 성인들은 노후 준비를 국민연금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도
2019 사회조사 결과, 우리나라 성인들은 노후 준비를 국민연금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도 '여유 있고 안락한 노후'를 꿈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초고령 사회의 위기 속에서 정부의 '노후 소득지원'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인지부조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사진은 현실의 노인 모습. 매일신문 DB

우리나라 성인들은 노후 준비를 지나치게 국민연금에 의존하고 있는 반면, 노후의 삶에 대한 기대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60세 이상 고령자의 70% 가량이 본인 스스로 생활비를 부담하고 있으며, 이런 이상과 현실의 불일치에 따라 정부의 노후 소득지원 정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2019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중 34.9%는 아예 노후준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복지·사회문제 관련 전문가들은 "100세 시대가 현실로 다가온 초고령 사회에서 노후 문제를 국가의 부담으로 해결하려는 인식의 확산은 감당하기 어려운 개인적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게다가 국민연금의 운용이 '국민 노후보장의 최종 보루'라는 원칙에서 벗어나 각종 사회정책적 문제의 해결 수단으로 이용될 경우 국민연금의 부실화를 가중시켜 국가적 대재앙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2019 사회조사는 올해 5월 15일부터 30일까지 전국 1만9천 표본가구 내 상주하는 만 13세 이상 가구원 3만7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2019 사회조사(복지, 사회참여, 문화와 여가, 소득과 소비, 노동) 결과 중 '노후 준비 및 노후의 삶'에 관련된 부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국민연금 만으로 노후준비를?

19세 이상 인구 중 65.1%가 '노후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준비 방법으로 '국민연금'이 55.2%로 가장 많았고, 사적연금(8.4%) 기타공적연금(8.3%) 부동산(5.2%) 예금 등(18.4%)은 소수에 불과했다. 국민의 절반 이상이 '국민연금'에 만 의존해 노후를 설계하고 있는 것이다.

노후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이유로는 '준비할 능력이 없다(40.1%)' '앞으로 준비할 계획이다(33.7%)' '아직 생각이 없다(17.6%)' 순으로 응답했다.

그럼, 우리 국민 절대 다수가 노후 준비 수단으로 꼽고 있는 국민연금의 현실은 어떨까.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45%에서 2028년 40%로 낮아진다. 월 250만원의 평균 소득자는 노후에 국민연금 수령액과 기초연금을 합해 86만7천원 정도를 받는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1인 가구 기준 은퇴 후 최소 생활비는 95만~108만원, 적정생활비는 137만~154만원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평균적 한국 성인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합해 봐야 1인 가구 최소 생활비에도 못 미친다. 노후 빈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셈이다. 더군다나 안 그래도 국민연금의 수익률이 낮은 상태에서 현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을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민연금의 불안정성이 증대 되고 있다.

2019 사회조사 결과 (보건복지부 자료)
2019 사회조사 결과 (보건복지부 자료)

▶노후에 대한 비현실적 인식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 납부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국민(56.0%)이 과반수를 넘는 상태에서, 국민연금으로 주로 노후 대비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 성인들의 59.6%는 '취미활동'을 하면서 노후를 보내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창출활동이나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는 비율은 각각 16.8%, 6.9%에 불과했다.

그러나 현실은 냉엄했다. 60세 이상 고령자의 생활비 마련 방법은 '본인 및 배우자 부담'이 69.9%로 가장 많고, '자녀 또는 친척 지원'과 '정부 및 사회단체 지원'은 각각 17.7%와 12.4%로 조사되었다. 10년 전과 비교할 때 '본인 및 배우자 부담'과 '정부 및 사회단체 지원' 비중은 증가하고 '자녀 또는 친척 지원'은 20% 이하로 하락했다.

현재 자녀와 따로 살고 있는 고령자 비중도 70.7%로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녀와 따로 사는 주된 이유로는 '따로 사는 것이 편해서(33.1%)' '독립생활이 가능하므로(29.9%)' '자녀에거 부담이 될까봐(17.2%)' '자녀와 관계가 불편해서(2.9%)' 등으로 응답했다. 특히 79.3%가 '향후에도 자녀와 같이 살고 싶지 않다'고 응답해 10년 전 62.9%에 비해 16.4% 포인트 급증했다.

이처럼 노후 준비와 노후의 삶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부조화 속에, 60세 이하 전 연령층에서 최대 '노후를 위한 사회적 관심사'는 '노후 소득지원'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특히 30~39세 사이 한국인의 38.2%가 '노후 소득지원'이 노후와 관련된 가장 큰 사회적 관심사라고 대답했다. 성인 전체의 응답 비율은 '노후 소득지원(35.5%)' '의료 및 요양보호 서비스(28.8%)' '취업지원(23.7%)' 순이었다.

한편 우리 국민들이 선호하는 장례 방법은 '화장 후 자연장(46.4%)' '화장 후 봉안(41.7%)'으로 조사되었고, 매장(묘지)에 대한 선호도는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여 9.7%에 불과했다.

<키워드>
소득대체율이란?= 연금액이 개인의 생애 평균소득의 몇 %가 되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 일반적으로 안락한 노후보장을 위한 소득대체율은 65%~7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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