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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일 교수의 과학산책] 이세돌 vs AI (인공지능)

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 (사)초일류달성경제연구소장
DGIST 에너지공학전공 교수, (사)초일류달성경제연구소장

우리 사회에 인공지능(AI)이라는 화두를 던진 가장 큰 사건은 단연코 알파고(AlphaGo·구글 딥마인드사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일 것이다. 지난 2016년 3월 총 5회에 걸친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1997년 IBM에서 만든 인공지능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인 가리 파스파로프(러시아)를 상대로 승리하였을 때까지만 해도 인공지능이 바둑으로 인간을 넘어서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로부터 십수 년이 흐른 뒤에도 컴퓨터가 세계 최고 기사 중 한 명인 이세돌 9단을 넘어설 것이라고는 감히 예단하지 못했다. 기술의 진보가 상당했음에도 인간에게 거는 기대가 더 컸던 것이다. 대국 당사자인 이세돌 기사도 자신의 압승을 예측했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이세돌 본인이 불리하다는 사실을 대국 전날 알았다고 한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구글 CEO 에릭 슈밋은 '누가 이기든 인류의 승리'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세돌의 승리로 싱겁게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알파고가 내리 이기자 사람들을 TV 앞으로 끌어모았고 연일 화제가 되었다. 3월 13일에 진행된 제4국에서 이세돌 9단의 첫 승리는 인류사에 남긴 놀라운 반전으로 기록되었다. 알파고 팝업창으로 "AlphaGo resigns. The result 'W+Resign' was added to the game information"이라는 메시지를 보이며 패배를 선언했다. 이날 순간 최고 시청률은 14.3%를 기록했다.

이세돌의 78수는 '신의 한 수'라 지칭되며 인류에 희망을 주었고 알파고 개발자들은 버그로 인한 컴퓨터의 실수에 당황했다. 알파고와 대국 이후 한국에는 인공지능 광풍이 불어왔고 AI 교육 사업에 많은 투자를 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얼마 전 이세돌 9단의 갑작스러운 은퇴 소식이 세간의 화제가 되었다. 아직도 현역으로 왕성한 활동을 할 젊음과 실력이 있음에도 돌을 던진 것이다. 6세 때부터 바둑을 배웠고, 바둑에 대해 두 사람이 반상 위에서 만들어가는 예술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이세돌 9단은 인터뷰에서 인간이 아닌 AI로부터 바둑을 배우는 현실 앞에서 매우 당황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AI라는 현대 문명의 이기를 접하면서 미래에는 많은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인공지능은 이제 인간의 창작 영역인 시나 소설에까지도 진출했다. 심지어 가짜 뉴스를 생산하기도 하고, 잡아낼 수도 있으며 무인자동차, 스마트 팩토리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인공지능이 필수적인 기능과 역할을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그렇다고 인류가 주눅 들거나 후퇴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기술의 진보는 인류에게 더 큰 행복과 상상 이상의 재미를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다만 인공지능 산업의 방향을 결정하는 지도자들의 선택이 중요한 변수일 것이다.

18일부터 열리는 3차례의 은퇴 기념 대국의 상대는 국산 바둑 프로그램 '한돌'이다. '알파고 쇼크' 이후 인공지능의 바둑 실력은 더 발전했다고 한다. 이번 은퇴 대국은 이세돌 9단이 두 점을 깔고 시작하는 '치수 고치기' 방식으로 치러진다. 첫 대결에서 이세돌이 이기면 2국은 호선(互先)으로 치르고, 지면 석 점을 까는 방식이다.

바둑의 신이라는 이세돌 9단이 AI를 상대로 치수 고치기 방식을 선택한 것은 아쉽지만 3번의 대국에서 인류가 어디까지 선전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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