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원주민 내쫓는 대구 도시정비사업…"주거권 보장 시급"

조합원 되려면 2억 넘게 부담…여력 안 되면 삶의 터전 '퇴출'
인권지킴이단 운영 갈등 예방…서울시 정비사업 벤치마킹을

김상철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정책팀장이 16일 열린
김상철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정책팀장이 16일 열린 '대구시 주거권 증언대회'서 발언하고 있다. 채원영 기자.

"전국 어디를 둘러봐도 대구처럼 조합원 분양 비율이 일반 분양보다 낮은 곳은 없습니다. 그만큼 대구에서는 수익 창출에만 치중한 도시정비사업이 다수 벌어지고 있습니다."

가칭 '대구지역주거권보장을위한원주민세입자연대'와 반빈곤네크워크, 2·18안전문화재당 등 대구 시민사회단체는 16일 오후 중구 동인동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인권교육센터에서 '대구시 도시정비사업에 의한 원주민 세입자의 안전과 주거권 보장을 위한 증언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대구 중구·동구·서구·남구·달서구에서 각종 재개발·재건축·지역주택조합 등 도시정비사업으로 강제퇴거 위기에 몰린 주민들의 증언이 쏟아졌다. 서울시에서 시행 중인 다양한 주거권 보장 대책을 대구시가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달서구 한 지역주택조합 재개발 구역에 사는 변영길 씨는 "유년기와 청년기를 거쳐 황혼기까지 보내고 있는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며 "조합원이 되려면 2억원이 넘는 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럴 여력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현금 청산자로 남았으나 갈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동구 한 상가에서 17년 동안 가발 가게를 운영한 세입자 박명원 씨는 "기본적인 삶의 터전이 보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쫓겨나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하소연했다.

강연을 맡은 김상철 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 정책팀장은 "예전에는 도시정비사업자가 웃돈을 얹는 방법으로 이윤을 창출했지만, 수요가 없는 저성장 시대에는 원주민에게 지출되는 비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택한다. 그것이 현재 벌어지는 도시정비사업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서울시가 시행 중인 정비사업 원주민 대책 일부를 대구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서울시는 지방변호사회와 업무협약을 맺고 '(정비사업) 인권지킴이단'을 운영한다"며 "인권지킴이단은 강제집행 현장에서 벌어지는 극단적인 갈등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소개했다.

또 조합장이나 조합의 비리가 의심되면 선관위나 행정기관 등 공공이 개입해 투명하게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돕는 '공공지원제도' 조례 도입과 주민 의견수렴 절차가 명시된 '서울시 뉴타운정비사업 신 정책구상'과 같이 갈등을 관리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개발 과정에서 개별인권영향평가 제도나 '강제퇴거금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근본적인 원주민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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