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개의 분리불안, 해결책은?

문을 향해 안절부절 못한다. 문을 긁는다. 신발을 물고 다닌다. 물건을 어지럽힌다. 하울링한다. 집요하게 핥는다. 이러한 행동들은 불안증에 의한 이상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사진출처: sutterstock)

빌(3·비글)이 병원을 찾았다. 보호자는 빌이 분리불안이 심해 혼자 있으면 온 집안을 어지럽히고 짖는다고 했다. 어제는 퇴근 후 빌의 구토 흔적을 발견했는데 내용물을 확인해보니 피와 전선줄이 섞여있었다고 했다. 다행히 빌은 수술을 받지 않고 회복되었지만 보호자는 빌이 또 이물을 먹을까 걱정했다.

개의 분리불안을 쉽게 이해하려면 사람의 불안장애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불안장애를 가지는 사람은 이미 예민하고 짜증을 잘내며 닥치지도 않은 일에 대하여 걱정하고 부정적인 상상을 하는 경향이 있다. 분리불안이 있는 개도 예민하고 부정적인 성향이 있어서 주인의 외출 후의 상황을 미리 두려워한다. 두려움이 지속될수록 신경계는 극도로 흥분되며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강박상태에서 다양한 이상행동을 하게 된다.

개의 분리불안은 개의 평상 시 행동을 관찰하면 소인을 예측할 수 있다.

1. 개가 혼자 있을 때의 행동을 관찰하자.

CCTV를 통해 보호자가 없을 때 개의 행동을 관찰하자. 문을 보며 안절부절 못하거나 문을 긁는다던가, 신발을 물고 다니거나 물건을 어지럽히는 행동, 하울링을 하거나 집요하게 핥는 등의 행동들은 불안증에 의한 이상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2. 개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관찰하자

작은 소리에도 귀를 쫑긋거린다면 경계심을 가지는지 관찰하자.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는데도 과민하게 움찔하거나 피하는 경향이 있는지를 관찰하자. 편안한 휴식과 깊은 수면을 취하지 못한다면 스트레스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3. 주인의 외출을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관찰하자.

문을 열고 나간 후 곧바로 돌아온다. 이 과정을 반복하며 외출 시간을 늘려보자. 그러면서 어떤 상황, 어느 정도의 시간을 외출했을 때부터 개가 불안해하는지를 체크하자.

4. 주인에 대한 분리불안일까, 고립불안일까?

혼자 있는 것 자체가 두려운 개도 있다. 주인과의 이별을 두려워하기 보다는 집 밖의 오토바이 엔진음 등에 더 큰 두려움을 가지기도 한다.

5. 주인에게 얼마나 집착하는지 관찰하자.

어린이 분리불안은 엄마의 과잉보호가 주 원인이다. 개도 주인의 과잉 보살핌이 주인에 대한 의존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아무리 짧은 시간의 외출이라 하더라도 주인에 대한 의존증이 강한 개는 분리불안이 심할 수 밖에 없다.

6. 개의 활동량이 많은지 관찰하자.

활동적이며 호기심이 많은 개를 얌전하게 교육시키는 것은 학대일 수 있다. 스파니엘, 비글, 닥스훈트, 웰시코기를 비롯하여 산책을 좋아하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개는 넓은 들판을 달리며 에너지를 발산해야 행복하다. 활동적인 성향의 개를 얌전하게 지내기를 강요할 수록 개의 불안감은 높아진다.

개의 분리불안에 도움되는 시중 판매되는 제품들. D.A.P(Dog appeasing pheromone을 합성한 제품), RESQUE RENEDY(아모라요법) CALMAX(카바카바성분) ZYLKENE(알카파수제핀성분) 등이 있으며 해외직구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사진출처: google)
문을 향해 안절부절 못한다. 문을 긁는다. 신발을 물고 다닌다. 물건을 어지럽힌다. 하울링한다. 집요하게 핥는다. 이러한 행동들은 불안증에 의한 이상행동일 가능성이 높다. (사진출처: sutterstock)

분리불안의 소인을 알아봤다면 불안증이 있는 개의 정서 안정에 도움되는 방법들을 알아보자.

1. 착한 개는 피곤한 개다.

개는 근육의 움직임이 활발하고 심장이 벅찰 정도로 뛰어다니는 등 활동량이 많을 때 체내에서 건강한 호르몬이 분비되며 정서적으로 편안해진다.

2. 실내에서는 탐색놀이가 좋다.

외출이 어렵다면 실내에서라도 다양한 탐색놀이를 마련해주자. 장난감은 매일 새로운 것을 제공하고 가능하다면 더 오래 집중할 수 있는 장난감을 제공한다. 먹이탐색 놀이도 가능하다. 호기심을 유발시키고 탐색하는 과정이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뇌의 민감도를 완화시켜준다.

3. 외출을 긍정적으로 각인시키자.

주인의 외출 후에는 즐거움과 보상이 따른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외출 전 개의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이별 인사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짧은 시간 문을 열고 외출 후 곧바로 돌아오는 과정을 반복하며 돌아온 후에는 개와 즐겁게 놀아주면서 외출에 대한 부정적인 두려움을 줄여나간다. 외출 시간을 늘려나가다 보면 개의 외출에 대한 부정적인 두려움이 완화된다.

4. 은신처를 만들어 주자.

모든 개는 두려울 때 구석지고 어두운 곳을 찾는 경향이 있다. 평상시 개가 휴식을 즐기는 공간에 개가 좋아하는 촉감의 담요를 깔아주고 아늑한 은신처를 만들어준다. 혼자있는 개가 두려움을 느낄 때 아늑한 은신처는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5. 집착증이 있는 개는 투명강아지처럼 대하자.

개가 주인에게 집착을 보이며 안아달라며 짖거나 흥분하는 경향이 있다면 투명강아지처럼 대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표현을 무시당한 개가 잠시 어리둥절해 할 때 안아주는 습관이 중요하다. 외출 후 귀가했을 때도 지나치게 흥분한 상태에서는 투명강아지로 대하여야 한다. 흥분된 상태에서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개는 더 흥분하기 때문이다.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개의 분리불안에 도움되는 시중 판매되는 제품들. D.A.P(Dog appeasing pheromone을 합성한 제품), RESQUE RENEDY(아모라요법) CALMAX(카바카바성분) ZYLKENE(알카파수제핀성분) 등이 있으며 해외직구를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사진출처: google)

아로마 요법과 어미견의 페르몬을 등을 이용하여 개의 정서적 안정을 유도하는 다양한 제품들이 나와있지만 임상 경험상 효과는 미약했다.

이미 분리불안이 심하여 이물을 섭식하거나 자해 등의 위험이 있는 개에게는 신경안정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신경안정제 처방은 신경의 민감도를 완화시키는 효과는 즉각적이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진 못한다.

개가 분리불안으로 발전할 소인이 있음을 예측하고 불안감을 완화시키려는 노력들이 중요하다. 정서적 불안감을 완화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처방은 피곤할 정도로 산책이나 운동을 시켜주는 것임을 명심하자.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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