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올해의 인물 조국

이대현 논설위원
이대현 논설위원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이 '올해의 인물'로 스웨덴의 16세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선정했다. 1927년 올해의 인물로 처음 선정된 비행사 찰스 린드버그(25) 이후 최연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툰베리 선정을 두고 "아주 웃기는 일"이라며 막말을 했지만 선정 이유를 들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의 유일한 고향인 지구에 대한 인류의 포악한 행위를 경고했고, 분열된 세계를 향해 배경과 경계를 초월한 목소리를 냈으며, 그리고 우리에게 다가오는 새로운 세대의 리더는 어떠한 모습일지 보여줬다."

곳곳에서 올해의 인물을 앞다퉈 선정하는 것을 보면서 한 해가 저물었음을 실감한다. 82년생 김지영, 방탄소년단, 축구선수 손흥민, 영화감독 봉준호 등이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거나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올해의 인물은 단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아닐까 싶다. 아니나 다를까 트위터 분석 결과 정치 분야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 키워드는 조 전 장관이었다. 작년 1위였던 문재인 대통령을 2위로 밀어냈다. '문재인 위에 조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 전 장관의 올 한 해는 '모든 것을 얻으려 했으나 모든 것을 잃었다'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다. '죽창가'를 부르짖으며 일본과의 경제 전쟁 선봉에 섰고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단시간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인사가 됐다. 장관 한 사람의 사퇴 여부를 두고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등 나라가 둘로 쫙 갈라졌다. 우여곡절 끝에 장관에서 물러났지만 그는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일가 비리에 이어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울산시장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등과 관련해 검찰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지금의 조 전 장관을 보며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가 떠올랐다.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붙인 이카로스는 태양 가까이 날아올랐다가 날개를 붙인 밀랍이 녹아 바다에 떨어져 죽었다. 조 전 장관은 트위터 등 왕성한 SNS 활동에 힘입어 하늘로 비상했으나 결국 자신이 쏟아낸 수많은 글로 인해 추락하고 말았다. 대한민국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와 풀기 어려운 과제를 남긴 점에서 조 전 장관은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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