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5개월째 경색 한·일 관계 일본 야당의 시각은…

대구서 강연 모리모토 신지 日 참의원(국민민주당)
"일본, 수출규제를 안보문제 접근…'징용 보복' 한국 입장과 큰 차이"

일본 야당인 국민민주당 소속 모리모토 신지(森本 眞治) 참의원은 지난 20일 매일신문사 교육관에서 열린
일본 야당인 국민민주당 소속 모리모토 신지(森本 眞治) 참의원은 지난 20일 매일신문사 교육관에서 열린 '국제 분쟁과 민족주의' 주제의 공동학술회의에서 '일본에서 보는 최근 한일 갈등의 구조와 현황'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한 뒤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를 일부 완화한 20일, 일본 야당인 국민민주당 소속의 모리모토 신지(森本 眞治) 참의원이 대구를 방문했다. 모리모토 의원은 이날 매일신문사 8층 교육관에서 열린 '국제 분쟁과 민족주의' 주제의 공동학술회의(동아시아 국제정치학회·계명대 국경연구소 공동 주최)에 참석, '일본에서 보는 최근 한일 갈등의 구조와 현황'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다. 모리모토 의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경색된 한일 관계에 대한 일본 내 인식과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이성환 계명대 일본어학과 교수(계명대 국경연구소 소장)가 통역으로 인터뷰에 함께 참여했다.

-위안부·강제징용 배상 문제로 야기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로 한일 관계가 5개월째 경색돼 있다. 최근 한일간 국장급 대화, 일본의 수출규제 일부 품목 완화 조치에 이어 24일 열리는 한일 정상회담 등 돌파구가 마련될 듯 하지만 아직 긴장된 상황이 풀어지지는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한일간에 기본적인 인식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수출규제 조치를 위안부와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일종의 보복 조치로 여기지만 일본은 이를 안보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캐치올 규제(비(非) 전략물자라도 대량파괴무기(WMD)나 재래식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물품은 수출 때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와 관련해 일본의 관리 인력이 120명 선인 반면 한국은 12명 정도에 불과해 한국의 조치가 허술하다고 보고 수출규제 조치를 내리기 전 3년 동안 한국 정부에 정책 대화를 제의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수출규제 조치는 그러한 과정 속에서 내려졌다.

다만, 한일 갈등이 고조되는 시점에 수출규제 조치가 내려져 시기적으로 오해를 산 점이 있고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에 대해 수출규제에 대한 사전 예고를 하지 않아 갈등을 증폭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점들은 아쉽게 생각한다.

-일본 쪽에서 수출규제를 푸는 데에 몇 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다가 20일 1개 품목의 수출규제 조치가 풀렸다. 좋은 조짐으로 볼 수 있는가.

▶최근의 일한 국장급 정책 대화에서 안보와 관련된 무역체제 관리가 불비한 것 아닌가 하는 일본측의 지적에 한국측이 제대로 관리하고 있으며 앞으로 더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충분히 설명한 것으로 안다. 3년 동안 양국 정부 간 소통이 이뤄지지 않다가 소통이 시작된 자체가 의미 있는 움직임이라고 할 수 있다. 소통이 활발해지면 더 긍정적인 상황이 펼쳐지지 않을까 한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 한일청구권협정에 개인 배상은 포함돼 있지 않다는 것이 한국 대법원의 판결 근거이며 일본 내에서도 이와 같은 견해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아베 신조(安倍 晋三)정부는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배상 문제도 해결됐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 일본 야당들은 어떠한 입장인지 궁금하다.

▶일본의 야당들도 집권 자민당 정부와 기본적으로 같은 입장이다. 이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의 입장이 다르니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수년 전에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한 것도 그러한 타협의 산물이었다. 이후 한국 내에서 '화해치유재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또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일한 양측이 함께 납득하고 수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한일청구권협정과 관련해 양측의 해석이 다를 경우 외교협상을 하고 중재위원회를 거치도록 규정돼 있다. 일본 정부가 규정 절차에 따라 중재위원회를 열 것을 제안했으나 한국 정부가 응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서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일본 관광 거부 움직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로 말미암아 일본의 관련 기업과 관광업계가 타격을 입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일본 내 분위기는 어떠한가.

▶일본 내에서 관련 뉴스가 주요하게 보도되고 있다. 일본 맥주의 한국 판매가 급감했고 쓰시마섬의 관광객이 크게 줄어드는 등 영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일부 기업과 지역 관광업계에서 타격을 입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적으로, 부분적으로 영향이 있지만, 일본 경제 전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는 불명확하다. 최근에 일본에서 소비세가 8%에서 10%로 인상돼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도 한국의 불매운동 등으로 인한 영향을 측정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일본 경제는 내수 비중이 60%여서 무역 부문에서 영향을 받게 되더라도 전체적으로 데미지가 크지는 않다는 점도 살펴볼 수 있다.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 관광객은 연간 3천만 명인데 한국 관광객이 감소해 18% 가량 줄었다. 그러나 관광산업 역시 내수 비중이 큰 일본 경제의 특성을 고려해 보면 외국 관광객이 줄더라도 부분적, 지역적인 피해에 그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경제는 심리적인 부분이 커 관련업계 종사자들의 걱정과 우려가 적지 않으므로 이를 덜기 위해 일한 긴장관계를 해소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일본 야당인 국민민주당 소속 모리모토 신지(森本 眞治) 참의원은 지난 20일 매일신문사 교육관에서 열린
일본 야당인 국민민주당 소속 모리모토 신지(森本 眞治) 참의원은 지난 20일 매일신문사 교육관에서 열린 '국제 분쟁과 민족주의' 주제의 공동학술회의에서 '일본에서 보는 최근 한일 갈등의 구조와 현황'을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한 뒤 매일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모리모토 의원은 대구시와 자매 결연도시인 히로시마시를 지역구로 둔 재선 참의원으로 히로시마 시의원 시절에 대구를 여러 번 방문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대구를 여러 번 찾은 지한파 의원이다. 특히 그의 아내가 열정적인 한류 팬이어서 아내와 함께 매년 경주, 대구 등지를 찾고 있다고 한다.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일본 내 지지 여론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한 지지 여론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연결된 맥락을 파악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일본 국민 상당수가 수출규제 조치의 전후 맥락을 소상히 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보다는 국가 간의 긴장관계가 형성됐을 때 자연적으로 자국 정부를 지지하는, 일종의 내셔널리즘이 작동됐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대목에서 이성환 교수는 일본 국민들 역시 수출규제 조치를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연결해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수출규제 조치를 안보 문제로만 설명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에 의구심이 있다는 점을 전날에 모리모토 의원에게 질문했으며 모리모토 의원은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안보 문제로 접근한 것이 맞다고 대답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문희상 국회의장이 한일 양국의 기업과 정부, 국민이 마련한 재원으로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해결하자는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으나 한국 내에서 당사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방안이라며 비판받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문희상 의장 제안을 담은 법안 제출은 일본에서도 언론에 크게 보도가 될 정도로 관심이 크다. 그러나 당사자가 수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당사자들이 납득하고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아베 정부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이 한국 등 주변 국가들의 우려를 사고 있다. 헌법 개정이 가능하다고 보는 것인가.

▶어려울 것이다.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모두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데 의결 정족수를 채우기 쉽지 않다.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에서도 헌법 개정에 대해서는 신중하다. 일반 여론도 반대 의견이 약간 더 높다. 헌법 개정은 전쟁 포기 등을 규정한 9조 조항을 개정하는 것과 함께 교육, 복지 등 다른 분야 조항들의 개정도 포함되는데 교육 등 다른 분야 조항들에 대해서는 개정 찬성 여론이 높지만 9조 조항에 대한 개정 반대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아베 총리도 2020년까지 개헌을 완료하겠다고 했다가 지금은 이 이야기가 쑥 들어갔다. 답답한 자민당이 야당을 향해 개정 논의라도 해 보자고 하고 있으나 반대하는 야당들은 논의 자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모리모토 의원은 인터뷰 말미에 한국의 여러 지역 중 대구를 가장 많이 방문했으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도시가 되었다고 말했다. 대구는 히로시마의 해외 자매결연도시 중 가장 교류가 활발해 히로시마시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자매결연 도시 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한일 관계가 경색 국면을 지나 빨리 정상화됨으로써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이전보다 더 좋아지고 대구와 히로시마 간 교류와 소통도 더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