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이승만 독재정권의 부정과 부패가 극에 달한 상황 속 대구에서 민주주의 불씨가 당겨졌다. 대구지역 고등학생들이 한뜻으로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대한민국 최초의 학생 민주화 운동인 '2·28민주운동'의 시작이었다.
이런 2·28민주운동이 올해로 60주년을 맞는다. 대구의 정신이자 시대정신으로 우리가 계승·발전시켜야 할 2·28민주운동의 역사와 미래를 들여다본다.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 운동
1960년, 십여 년째 계속된 이승만 정권의 독재는 극단으로 치닫고 있었다. 비민주적 개헌과정을 통해 장기집권을 위한 기반을 강화한 당시 자유당 정권은 1960년 3월 15일 실시될 예정이었던 제4대 대통령선거 및 제5대 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후보 이승만, 부통령 후보 이기붕의 당선을 위해 불법적인 수단을 총동원했다.
당시 이승만 후보에 대적할 유일한 인물이었던 야당 후보 조병옥이 선거를 한 달 앞둔 2월 15일 갑작스럽게 숨지면서 이승만의 대통령 당선은 기정사실이 됐다. 이에 자유당은 부통령 이기붕 후보의 당선을 최우선 과제로, 강력한 야당 부통령 후보이자 현직 부통령이었던 장면을 견제하기 위한 방해 공작에 들어갔다.
1960년 2월 28일 일요일, 장면 후보의 유세가 대구에서 예정되면서 전국민의 이목이 집중되자, 자유당 경북도당은 야당 유세현장에 사람들이 몰리지 않도록 미리 대구 시내 각 기관장과 각급 학교장을 소집했다. 그리고 동네와 직장 단위로 각종 행사를 갖게 하고 정치에 민감한 고교생들은 조기 중간고사, 영화관람, 토끼사냥 등의 명분으로 일제히 등교시켜 유세장에 나갈 수 없도록 지시했다.
일요일 등교 지침에 대구 지역 8개 고등학교(경북고, 대구고, 경대사대부고, 경북여고, 대구여고, 대구공고, 대구농림고, 대구상업고)의 학생들은 부당함을 주장하며 분연히 일어났다. 바로 2·28민주운동의 시작이었다.
2월 28일 낮 12시 55분, 경북고 학생부위원장 이대우 등이 학교 조회단에 올라 전날 작성한 결의문을 낭독한 뒤 학생 1천여명이 거리로 나서 독재타도와 민주주의를 외쳤다. 이날 학생들의 함성은 3·15마산의거와 4·19혁명으로 이어지면서 대한민국 민주화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곳곳에 아로새겨진 민주운동의 흔적
학생들의 함성이 대구 거리를 뒤덮던 그날로부터 60년이 흘렀지만, 그날의 시대정신은 대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두류공원에 있는 2·28기념탑은 애초 1961년 4월 10일 매일신문이 주관해 대구시민의 성금을 모아 명덕네거리에 세웠던 것이다. 1990년 2월 28일 지금의 위치로 이전했다. 또 2·28운동에 주도적으로 나섰던 경북고에도 기념탑이 마련돼 있다.
대구의 도심 한가운데는 '2·28민주의거기념공원'도 만들어졌다. 1999년 2월 당시 문희갑 대구시장이 중구 공평동 대구중앙초등학교 부지를 2·28기념공원으로 조성할 것을 선포한 뒤, 2003년 12월 시민들에게 개방됐다.
2013년 2월에는 중구 남산동에 2·28 민주운동기념회관이 개관했다. 이곳에서는 민주운동의 역사적 배경과 사료, 영상 관람 및 체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5월에는 중구 태평로~명덕로에 '2·28 민주로'라는 명예 도로명이 부여됐다.
최근 2·28민주운동기념사업회(이하 기념사업회)는 '2·28민주운동 60주년 기념 엠블럼' 두 가지를 선보였다. 하나는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 운동임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우리나라 지도가 물 흐르듯 자리 잡고 있고, 또 다른 하나는 ▷젊음과 새 시대를 상징하는 파랑 ▷숭고한 희생을 나타내는 빨강 ▷민주주의를 위한 작은 꽃이란 의미를 담은 노랑 등 세 색깔이 어우러진 횃불 모양이다.
◆아직 남은 민주화 정신 계승의 과제
지난해 2월 6일 정부가 2·28민주운동을 국가기념일로 확정 발표하면서 '2·28민주운동'의 민주화 정신이 다시금 빛을 발하게 됐다. ▷4·19혁명(1973년 지정) ▷5·18민주화운동(1997년 지정) ▷6·10민주항쟁(2007년 지정) ▷3·15의거(2010년 지정)에 이은 5번째 민주화운동 국가기념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2·28민주운동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선 풀어가야 할 과제가 많다. 5·18을 앞장세운 광주는 '민주화의 성지'로 평가받는 반면, 대구경북은 보수의 진지라는 지적을 받으면서 2·28운동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윤갑 계명대 사학과 교수는 "4·19혁명이 없었다면 과연 2·28이라는 게 역사적으로 높이 평가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며 "그런 면에서 좀 더 2·28을 우리 민족사적인 큰 지평에서 이해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단순 학생시위가 아닌 자유자주운동이자 평화통일운동으로 접근해 폭넓은 관점에서 기념행사 등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념사업회는 60주년을 맞아 다양한 사업을 준비 중이다. 2·28운동의 이론화·전국화·세계화 전략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 민주주의를 심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장 중점을 둔 것이 대구도시철도 반월당역의 2·28역 개명과, 2·28문화센터 건립 사업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반월당역의 이름을 바꿔 2·28 정신을 널리 알리고, 2·28문화센터를 통해 시민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국제포럼 ▷대구경북 청년아카데미 등 다양한 학술 사업도 준비 중이다.
우동기 2·28기념사업회 회장은 "60주년 기념사업을 통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뿌리가 재조명된다면 2·28정신은 현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로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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