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양념이 중요하다. 옛날 중국 사람들은 신맛, 단맛, 쓴맛, 매운맛, 짠맛을 오미(五味)라 하고, 다섯 가지 맛을 골고루 느낄 수 있는 음식을 최고로 여겼다. 마찬가지로 아름다운 음악은 다양한 음(音)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의 명재상 안자(晏子)가 경공(景公) 임금에게 화합(和)과 획일(同)을 쉽게 구별하여 설명하는 이야기가 '안자춘추'(晏子春秋) 외편(外篇)에 있다. 또 후에 '논어' 자로(子路) 편에는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이요,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로다"는 기술이 있다. 군자는 서로 다름을 존중하면서도 조화를 이루지만, 소인은 똑같기만을 고집해 도리어 불화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공동체(共同體)라는 한자어에서 중요한 것은 같을 동(同) 자가 아니라 더불어 공(共) 자이다. 사람이 모여 사는 데에는 동이불화가 아니라 화이부동이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우리는 근대 국민 국가가 만들어낸 같음을 강조하는 획일성의 사고 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2019년의 한국 사회는 그야말로 동이불화의 시대가 아니었던가. 북한과의 관계는 교착 상태에 있고 대한민국 내부도 네편 내편으로 나뉘어 갈등이 심하다. 자기 진영의 논리만 강조하고 상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여당과 야당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 오직 자신들의 당리당략에 따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수와 진보로 나뉜 국민들 또한 상대의 논리에 귀 막은 채 자신들의 주장이 정의인 양 상대방의 주장은 들으려 하지 않는다. 자기와는 다르다는 이유로 외국인에 대한 차별도 잦아들지 않고, 외국인 결혼이주 여성들에 대한 편견도 끊이지 않는다. 내년 쥐띠 해(庚子年)는 다름이 조화를 이루어 하나가 되는 화이부동의 한 해가 되면 좋겠다. 안자와 공자를 흉내 내는 사상의 사치가 아니라 우리가 숨 쉬고 있는 공동체의 삶을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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