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WP "북미대화 교착에는 트럼프 잘못도…내년 전망도 암울"

"하노이서 오찬 취소·회담 일찍 끝낸 것이 최대 실수"

북한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데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행정부도 책임이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3일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 등이 뒤섞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협상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너무나 많은 요구사항을 내밀며 줄 수 없는 약속을 하면서 현 상황을 유발했다고 WP는 분석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선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에서 2가지 실수를 저질렀다. 하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거론했을 때 이 의미가 정확히 무엇인지 규정짓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이후 미국과 북한의 대화는 동문서답하는 격이 됐다. 미국은 이를 북한의 일방적인 비핵화라고 해석했으나, 북한은 핵 억지력 포기 전에 미국이 북한에 대한 핵 위협을 거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싱가포르에서의 두 번째 실수는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약속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이 약속 이후 훈련 규모는 줄었으나 일정 수준의 전투태세 유지를 위해 훈련을 완전히 중단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에 대해 '배신감'을 느끼고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미국은 대화 자체가 충분한 보상이며 앞으로의 협상에서 양보 문제는 양쪽 모두 '제로' 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 더 큰 문제를 낳았다고 지적했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도 대북문제에 필수적인 중국의 협조를 구할 수 없는 한계를 초래한 것으로 지적됐다. 미중 분쟁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관계 개선을 할 여지를 만들어줬으며 많은 숫자의 중국 여행객이 북한으로 관광을 가는 등 대북제재 완화 효과를 초래, 북한에 대한 미국의 '최대 압박' 전략 약화를 가져왔다고 WP는 분석했다.

WP는 무엇보다도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실수'는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서 업무오찬을 취소하고, 회담을 조기 종료해 김 위원장에게 모욕감을 안겨준 것이라고 지목했다. 이는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이 더 완강한 자세를 취해야 하다는 내부 목소리가 힘을 얻도록 하는 상황을 야기한 것으로 보이고, 단순하게는 김 위원장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냈을 가능성이 있어 이후 북미 관계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WP는 내년에도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현재의 암울한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군사 위협이 시리아의 미군 철수 결정으로 말미암아 2017년 "화염과 분노"를 언급할 때처럼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 김지석 선임기자 jiseok@imaeil.com·연합뉴스

또 중국과의 갈등으로 북한 정권에 대한 대북제재를 이전 수위로 되돌릴 수 없게 된 상황도 앞으로의 전망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으며 북한은 이 와중에 다시 핵무기를 실험하고, 공격적인 '벼랑끝 전술'을 구가하던 시절로 되돌아가는 모습이라고 WP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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